"볼펜으로 적은 4표 때문에"…1900억 고척4구역, 시공사 무효표 논란

입력 2019-06-30 10:30
수정 2019-06-30 16:11
조합측 "무효표 제외하면 과반 이상 득표 업체 없다"
대우건설 "합의된 무효표 기준 위배…사실상 시공사 선정"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번지 일대를 재개발하는 고척4구역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을 두고 무효표 논란이 제기됐다. 이 사업지는 1900여억원의 시공권을 두고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맞붙었다.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조합측은 무효표로 인해 시공사 선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우건설은 사실상 과반을 득표해 선정됐다면서 조합측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있었던 고척3구역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66명 가운데 부재자 투표를 포함해 24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대우건설은 126표, 현대엔지니어링은 120표를 받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를 선정하는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과반 이상(124표)을 얻은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게 된다.

문제는 무효표에서 시작됐다. 조합 주최측은 대우건설이 받은 126표 중 4표가 무효표이고, 현대엔지니어링이 받은 120표 중 2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반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조합 주최측의 주장대로라면 대우건설은 122표를 받게 된다. 과반인 124표에서 2표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효표의 이유는 해당 투표용지에는 기표용구 외 볼펜 등으로 표기가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이날 강경한 입장 발표문을 냈다. 회사측은 "당초 조합은 투표 전 조합원들에게 투표용지의 기표가 한 시공사를 선택한 의사표시가 명확하면 유효투표로 인정한다는 예시표를 총회장 내 공지했다"며 "조합은 실수를 인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음을 알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표수가 차이난 것도 아니고, 무효표로 시공사 선정이 밀리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볼펜자국 있으면 무효처리한다고 사전에 고지를 했나?', '왜 사회자가 무효표를 결정했나?', '양사가 이정도로 팽팽하다면 다시 투표를 하는 게 맞다' 등으로 갈리고 있다.

고척4구역 재개발은 수주난이 심각한 서울에서 진행된데다 일반분양분이 많아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로 관심을 받았다. 4만여㎡에 지하 4층~지상 25층의 10개동, 983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금액이 1964억원 규모다. 조합원 266가구와 임대주택 148가구를 제외한 569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