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자동금융거래단말기(ATM)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단순 입출금과 송금 업무를 넘어 이제는 카드 발급과 금융 상품 상담까지 제공하면서 은행 창구를 위협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만능 ATM인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이미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KEB하나은행은 오는 8월 시범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기존 ATM 기기에 은행 창구 업무 기능이 더해진 다기능 ATM으로 바이오인증을 통해 영업점 창구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 가능한 디지털 무인채널이다. 생체인증을 통한 입출금, 상품 상담 및 통장·카드·일회용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비롯해 각종 증명서 발급도 가능하다.
현재 전국에 45개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운영 중인 국민은행은 기기 수 확대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다음달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민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인 'STM(Smart Teller Machine)'을 통해 카드형OTP 발급 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준다. 현재 카드형OTP를 은행 창구에서 발급하면 만원이지만 STM을 이용하면 5000원에 가능하다.
현재 STM에서 3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통장재발행은 8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다만 통장재발행은 1만2000건, 카드형OTP발급은 6만건으로 한정해 해당 거래건수 소진 시 이용 수수료 감면 이벤트는 조기 종료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서 카드형OTP를 발급받으면 만원이지만 STM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이 STM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디지털 키오스크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총 117가지의 창구 업무 거래가 가능한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선보였다. 유어스마트라운지는 46개 코너에서 51개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 키오스크'는 110개의 창구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현재 47개 영업점에 48대가 배치돼 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8월 시범 운영을 목표로 디지털 키오스크 태스트포스(TF)팀을 가동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입출금, 송금 등 단순 업무만 가능한 기존의 일반 ATM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 ATM기는 2016년말 2만6275대에서 지난해말 2만2476대로 14.5% 감소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기존 ATM과 달리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도 무인으로 처리가 가능해 은행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단순 업무는 디지털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직원들은 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고객들은 은행업무를 위해 정해진 영업시간에 순서를 기다려야하는 제약과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 후에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 언제나 쉽고 편리하게 창구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단순 ATM 기기 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스마트 키오스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키오스크가 더 고도화되면 기존 창구에서 처리하던 은행 업무를 모두 대체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