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수은주가 높아지면서 작년 여름의 악몽이 떠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여름엔 전국 평균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하루 최고 기온은 39.6도(8월 1일), 하루 최저 기온은 30.3도(8월 2일)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게 치솟은 ‘폭염 시대’로 기록됐다.
지난달부터 이상기상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5월 전국 평균 최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고,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5월 말에 최고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갔다. 미국 남동부에서도 38.8도를 기록하는 등 5월 말부터 여러 지역에 폭염이 발생했다.
이렇게 여름 날씨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여름철 계절 전망’을 발표했다. 계절 전망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전 세계 여러 기후 요소를 분석해 발표한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왔던 2014년 8월과 강한 엘니뇨가 발달했던 2015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평년보다 높았다. 여름철 가장 높았던 평균 기온 순위로 1994년(2위)을 제외한 2018년(1위), 2013년(3위), 2017년(4위), 2016년(5위) 모두 2010년 이후로, 최근 극한 폭염 현상이 더 자주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평균 기온은 평년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인 점은 지난겨울과 봄 동안 티베트 고원이 평년에 비해 많은 눈으로 덮여 있어 작년 여름 우리나라를 감싸안았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는 작년만큼의 맹위를 떨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는 여름철 중후반부터 본격적 무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1979년 위성관측을 시작한 이래 북극해의 얼음이 가장 적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쪽의 찬 공기가 때때로 남하하면서 남쪽의 더운 공기와 만나 강한 대기 불안정에 의한 국지적 집중호우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기존의 폭염 특보 외에 같은 폭염이라도 분야별, 지역별로 다르게 영향을 주는 현실을 반영한 ‘폭염 영향예보’를 새로 시행한다. 기상재해 없는 여름을 기대한다.
김종석 < 기상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