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접었던' 갤럭시폴드 언제 펼까…이러다간 노트10과 '집안싸움'

입력 2019-06-27 15:39
갤럭시폴드 7월 공개 후 8월 출시 '유력'
갤럭시노트 8월에 공개되면 불과 한 달 차이
"하이엔드급 스마트폰 시장서 제 살 깎아먹기"


정체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폼팩터'(하드웨어의 특징적 형태)로 기대를 모은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재출시가 계속 밀리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는 8월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플래그십(전략모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와 '갤럭시폴드'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수 있다. 신제품인 갤럭시노트10이 기존제품 갤럭시폴드의 시장을 잡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가능성도 있다. 자칫 '집안싸움'을 할 판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우려에 "두 모델의 역할이 서로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획팀 상무는 전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에서 "가까운 미래에 여러 종류의 폴더블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태블릿 형태 1세대 갤럭시폴드 외에도 여러 형태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 4월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갤럭시폴드를 출시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시연용 제품에서 우려했던 '화면주름 현상'이 발생하자 출시를 연기하고 제품을 보완해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재출시 일정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스마트폰·통신장비)부문 대표(사장)는 갤럭시폴드 재출시 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약속했었다. 갤럭시폴드의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든 삼성디스플레이의 김성철 부사장도 최근 "갤럭시폴드에 대한 패널 문제를 해결하고 양산을 대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고 사장이 올 상반기를 재출시 시점으로 공언한 만큼 늦어도 7월에는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 부사장의 발언 역시 어느정도 재출시 준비가 끝난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도 지난 19일 '5세대 이동통신(5G) 플러스 전략위원회'에 참석해 "갤럭시폴드 출시 일정을 수주 내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7월 출시설'에 무게가 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화웨이다. 화웨이가 최근 폴더블폰 '메이트X'를 늦어도 8월 초에는 내놓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려면 다음달 중으로는 출시해야 한다. 지난 2월 발표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화웨이보다 한 주 앞서 갤럭시폴드를 공개했다.

시장 예상대로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를 7월 공개 후 8월 출시하고, 갤럭시노트10을 평년처럼 8월 공개 뒤 9월에 내놓는다면 두 제품의 출시 시간차는 1개월밖에 안 된다. 삼성전자로선 갤럭시노트10 출시 이전의 짧은 시간 동안 갤럭시폴드 판매량을 최대치로 올려놔야 갤럭시노트10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갤럭시폴드와 노트 시리즈는 대화면이라는 점,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이란 공통점이 있어 출시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신제품(갤럭시폴드)이 기존 주력제품(갤럭시노트10)의 시장을 잡아먹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모델에서 삼성전자 제품끼리 경쟁하는 '집안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의 경우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의 출시 시점은 약 5개월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는 벌써부터 두 모델의 '역할 분담론'을 꺼내고 있다. 이 상무는 "갤럭시폴드는 기존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노트10에 대해서는 "S펜이 이전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폴더블폰 양산 목표를 100만대로 잡았다. 그러나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은 5G 통신망 등 환경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시장이 본격 개화하려면 약 2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도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를 140만대에서 1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