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열린 G20 에너지장관회의가 ‘원전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배출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공동 선언문에 담았다. 탈(脫)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동참한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20개국의 에너지장관들은 지난 15~16일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에선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참가했다.
공동 선언문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배출 감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개별 국가가 처한 각기 다른 상황을 고려할 때 첨단 원자력과 깨끗한 화석연료 기술, 수요 관리 등을 포함한 에너지 혁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들은 최근들어 원전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대신 개보수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게 시급한 정책 과제”라고 했다. 지난해 국제연합(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종전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는 목표이지만 원전을 없애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0)’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해가 뜰 때나 바람이 불 때만 전력 생산이 가능한 재생에너지만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원자력만이 해결책은 아니지만 원자력 없이 해결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