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파이선 개발자 '구인난'…자체 육성도
스타트업 "최고 대우해도 대기업에서 전부 스카우트해가"
삼성전자 "AI인재 2000명 채용계획…훈련된 인재 태부족"
[노정동의 3분IT]는 전자·IT 업계 최신 이슈를 3분 만에 둘러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3월 국내 배달앱(응용프로그램) 업체 '요기요'의 간담회 행사에서 강신봉 대표는 대뜸 "올해 200~300명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구할 수가 없다. 주변에 아는 개발자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그만큼 인력이 부족하단 얘기였다. 강 대표가 언급한 개발자는 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AI) 전문가 등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Python)'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배달 앱 기반 비즈니스를 해 '호환성'이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서만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전세계에서 쓰는 파이선 개발자를 고집하는 이유다.
예컨대 한국에서 출시해 성공한 서비스를 터키 배달앱에 적용하거나, 독일에서 평이 좋은 서비스를 동남아에 적용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선 동일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는 게 필수다.
사정은 토종 배달앱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그간 급성장했다. 그러다보니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다. 배민 역시 올해에만 200명을 뽑아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 애를 먹는 건 비슷하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파이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개발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스카우트해 가므로 그야말로 구인난"이라며 "워낙 개발자가 부족해 새로 뽑는 게 어렵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대우는 최대한 신경쓴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라고 해서 개발자 모시기 고민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다만 글로벌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술기업답게 초점을 맞추는 건 개발자의 '양'보다는 '질'이다.
최근 열린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간담회에서 회사 측은 "2030년까지 AI 전문인력을 지금의 10배가 넘는 2000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뒷얘기는 좀 달랐다.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뽑을지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고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강인엽 사장은 "국내에선 그 정도로 훈련된 사람이 없어서 뽑기가 쉽지 않고 해외에서도 영입해와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시스템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분야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미리 AI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2000명이란 규모도 계획해놓았으나 어디에서 어떻게 이 많은 전문인력을 채용해야 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기술조직인 종합기술원의 황성우 부원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국내에 뿌리를 둔 회사라 해외 인재를 모셔오는 것만큼 국내 채용이 중요하다"며 "우선 국내 대학의 관련 연구실(Lab)에 투자하고 졸업생을 인터뷰해 채용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 기업은 자체적으로 개발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 4곳의 지역에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열고 향후 5년간 1만명의 청년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선 파이선 등을 활용한 코딩과 알고리즘을 교육한다.
삼성SDS는 2017년부터 '브라이틱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개설해 대학들과 손잡고 데이터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브라이틱스 아카데미란 삼성SDS 전문가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브라이틱스 AI'를 활용해 강의와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SDS는 이와 별도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코딩 훈련을 한다.
배민의 경우 올 2월 인터넷 기업에 곧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의 개발자를 직접 양성해보자는 목적에서 '우아한 테크코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파이선, 자바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웹 백엔드(웹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래밍 영역)'를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