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금융기관보다 IT기업이 주도…'테크핀'이라 부를까

입력 2019-06-25 10:28
SK증권 "스타벅스 '테크핀 시대' 선도주자 될 수 있어"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붐의 주도권이 기존 금융기관이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넘어갔다며 ‘테크핀’이란 용어로 바꿔 부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5일 ‘테크핀 시리즈(1) 뱅크 오브 스타벅스’ 리포트를 내고 “전세계가 핀테크 붐이지만 정작 금융기관이 아닌 IT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국경을 넘어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가 없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 백서를 발표했고,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결제 시장의 총아로 급부상했다”며 “현재까진 정보통신기술(ICT)와 금융의 융합을 주도하는 것은 테크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사용한 ‘테크핀’ 용어에 주목했다. 2016년 말 마 회장은 “핀테크는 기존 금융시스템 기반에 ICT를 접목시킨 서비스인 반면 테크핀은 ICT 바탕에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IT 업종 시가총액은 이미 금융업종을 넘어섰다”면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1994년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게 유독 생각나는 2019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IT 기업은 아니지만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금융서비스로 확장하는 ‘테크핀 사례’로 스타벅스를 첫 손에 꼽았다.

한 연구원은 “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反)독점법’ 이슈는 테크핀 시대 개막의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커피 회사인 스타벅스는 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지난해 핀테크 혁신을 다룬 금융감독원 창립 20주년 심포지엄에 구글·MS·삼성전자 등 굴지의 IT 기업뿐 아니라 스타벅스도 초청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내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사용자는 2340만명에 달한다. 전세계 64개국에서 2만30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할 뿐 아니라 인기도 높고 충성 고객도 많다. 이를 토대로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라는 게 주목 포인트. 스타벅스는 모바일 멤버십 앱을 도입한 뒤 결제 기능을 탑재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 ‘백트(Bakkt)’에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 연구원은 “백트가 스타벅스와 제휴한 것은 세계 최대 충성 고객을 보유한 데다 앱을 통한 결제시스템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도 국가별로 나뉜 앱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64개국 앱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금융업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워 성장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핀테크든 테크핀이든 금융과 ICT 기술 접목이 확대된다는 사실엔 변함없다”며 “금융기관도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ICT 기업들의 금융시장 영역 진출 속도가 더 빠르고 파급력도 크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역할 축소가 나타나며 최악의 경우에는 자칫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