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아들이 부족한 스펙으로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한 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이전부터 황 대표 아들의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온 만큼 이번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며 "국민 앞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소상히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황 대표가 아들 스펙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한 것도 문제지만, 황 대표 아들이 취업한 곳이 채용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진 KT인 데다 당초 마케팅 부서로 입사했다가 도중에 법무팀으로 옮긴 점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황 대표의 발언은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취업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고, 아들의 우월성을 은연중에 드러낸 꼰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황 대표는 20일 숙명여대 강연에서 자신의 아들을 ‘무스펙 대기업 취업자’로 소개했다.
황 대표의 발언 중 문제가 된 건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은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지만 대기업에 최종 합격했다”는 내용이다. 황 대표는 청년의 취업 비결에 대해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했다. 인터넷으로 장애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았다”며 “그 청년이 바로 우리 아들”이라고 말했다.
학점, 토익 등 스펙이 부족해도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따라 대기업 취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말이었지만 “황 대표의 아들인 게 스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청년들의 상처에 생소금을 뿌리고 있다”고 했고,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무개념의 언사”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남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것을 못 한다는 이유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스펙 부족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문제의 본질은 경제와 고용정책 실패가 불러온 대량 청년 실업”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 야3당에 제안한다.황 대표 아들과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의 채용특혜 의혹, 동시에 특검하자. 국정조사도 좋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용기주려고 아들의 스펙을 깎아내려 겸손하게 말한 게 이렇게 비난할 문제인가", "연대 법대에 토익도 900대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낮은 스펙을 높게 얘기했어야 거짓말"이라고 황 대표를 두둔했다. 반면 "스펙 하향해서 사람들 속이는 것은 사기 아닌가. 황 대표 말 듣고 헛꿈 꿀 수도 있다", "왜 그런 사례를 들어서 스스로 논란을 만드는지", "진실이 아닌 걸 입에 담으니 수습하다가 일이 더 확산된다"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