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절반 '내집마련' 희망…'내년 이후' 73%
"정부 부동산 정책 못한다" 51% vs "잘한다" 49%
무주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내 집 마련을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주택자 10명 가운데 3명은 주택을 추가로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내년 이후 주택 거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집 살 것” 73%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주택 매매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표본 1008명·최대 오차범위 95%·신뢰수준±3.09%)’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무주택자 274명 가운데 54.7%(150명)가 향후 내 집 마련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유로는 ‘심리적 안정과 이사의 번거로움’이 61.2%로 가장 높았다. 29.2%는 전셋값 등 임차료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주택 구매 의사가 없는 무주택자(45.3%·124명) 대부분은 금전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86.3%가 금전적 여력이 없거나 주택 매매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다주택자(114명)의 30% 이상은 추가로 주택을 매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처로 부동산 매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 가운데 ‘매수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5%, ‘매수와 매도 계획이 모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8%로 집계됐다. 나머지 45.6%는 아예 매수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고, 22.1%는 매도 계획만 갖고 있다고 답했다. 1주택자(620명)의 대부분은 주택 매수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9.5%(493명)가 ‘매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주택 매수 의향이 있는 가구 가운데 대부분은 2020년 이후 시점을 ‘적기’로 생각했다. 73.3%가 ‘2020년 이후 매수하겠다’고 응답했다. ‘올해 중에 매수하겠다’는 응답은 10.0%에 불과했다. ‘2020년 상반기 매수’는 8.0%, ‘2020년 하반기 매수’는 8.7%로 조사됐다. 반대로 집을 팔려는 가구 가운데서도 ‘2020년 이후’가 53.0%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다만 이 항목에선 ‘올해 중에 매도하겠다’는 응답이 25.5%로, 매수하겠다는 응답률(10.0%)과 큰 차이를 보였다.
향후 집값에 대해선 ‘게걸음’식 횡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체 응답자(1008명)의 53.6%(540명)가 ‘올해 집값이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집값이 상승할 것(26.4%·266명)’이란 응답이 ‘하락할 것(20.0%·202명)’이란 응답보다 많았다.
지역별로는 큰 온도차를 보였다.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는 서울의 경우 ‘상승(43.3%)’ 전망이 ‘보합(47.1%)’ 전망에 육박했다. ‘하락’ 전망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중후장대 산업 침체로 수년째 집값이 하락 중인 영남권은 ‘하락’ 전망이 36.7%로 ‘상승(6.7%)’을 크게 앞질렀다. 부산 또한 ‘하락’ 전망이 34.7%로 상승 전망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못한다” 51% vs “잘한다” 49%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51.0%·514명)가 긍정적 평가(49.0%·494명)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자산 규모와 주택 소유 여부별로 응답이 크게 엇갈렸다. 1주택자의 52.6%와 다주택자의 56.1%는 ‘정부가 정책을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무주택자의 54.7%는 ‘정부가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소득수준이 200만원 이내인 가구에선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던 반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매우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아졌다.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가구 가운데 57.6%는 ‘정부가 정책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잘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는 실수요자와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지원(22.4%)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율 상향조정(19.1%)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하지만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 강화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4.9%에 불과했다. 다주택자의 19.8%는 ‘정부가 잘하는 정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수요자들의 절반은 정부가 앞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47.2%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도세와 보유세율에 대해선 ‘유지(44.5%)’가 가장 높았다. ‘인상’과 ‘인하’의 비중은 각각 26.7%와 28.8%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율(DTI) 등 대출규제에 대해선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3.3%로 가장 많았다. ‘완화해야 한다(38.4%)’는 응답이 ‘강화(18.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보고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급에 바탕을 둔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시장 여건에 맞는 탄력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공급 정책으론 국지적인 수급불균형을 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역별 주택가격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화를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 수요 분산 정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서울 이외 지역에도 교육이나 교통, 문화 등의 인프라가 확충돼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관광이나 레저 중심의 지방 개발보단 기업이 원하는 산업집적형 계획도시를 건설해야 자족기능을 갖춘 주거·산업도시로 개발된다”며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부 지역의 실물 경제 부진이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 경기 활성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