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아들 체포로 소재 파악 속도
[ 이인혁 기자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인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54)이 해외 도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되면서 ‘한보 사태’ 장본인인 정 전 회장의 소재 파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부친인 정 전 회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던 중인 2007년 5월 출국해 12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2225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에 머물다가 법무부가 카자흐스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자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11월에야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었다.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한 이후 금광사업을 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현재 행방은 물론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은 살아있다면 올해 96세다.
회사 자금 32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해외 도피생활 끝에 붙잡힌 정 전 부회장은 지인 명의를 이용해 미국·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A씨(55)의 이름으로 미국과 캐나다 영주권·시민권을 취득해 신분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 관계자는 “정씨와 A씨는 고교 친구 사이로 보이고, 이름을 넘긴 A씨는 이후 개명해 국내에서 줄곧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