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부동산 정보…휩쓸리지 않고 좋은 집 싸게 사려면

입력 2019-06-23 16:27
수정 2019-06-23 17:03
KB WM Star 자문단과 함께 하는 자산 관리


“성직자조차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으니….”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갈수록 심해지는 스마트폰 중독증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위대한 발전이며 사용해야 할 물건이지만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면 자유를 잃게 된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속세에 거리를 두는 신부나 수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우려될 정도니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서 승객들을 살펴보라. 다들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보급률(95%)을 자랑하는 나라다. 사실상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하면서 정보전달의 양과 속도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많은 정보가 누구에게나 전달될 뿐만 아니라 전달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수용자 간의 정보격차가 줄어들다 보니 사람들의 사고는 물론 행동까지도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

얼마 전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관람하러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관중은 누구나 하나가 된다. 경기장은 외부와 차단된 채 축구선수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결과에 따라 비탄과 환희에 빠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평소에는 관중이 독립적인 개개인이지만 경기장에서는 감정을 교류한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절묘한 패스 못지않은 현란한 감정의 패스가 관중석에도 일어난다. 자기만큼 열광하는 다른 팬들과 정서적 교류를 통해 끈끈한 감정의 연대를 연출한다. 관중의 표정이나 행동까지 서로 전염된다. 때로는 경기 내용보다 율동과 파도타기 같은 응원에 더 몰입하고 일체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은 언제든지 정보를 쉽게 받아볼 수 있는 휴대용 미니 컴퓨터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부동산시장 수요자들은 축구 경기장의 관중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검색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찾으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은 기기 자체에 대한 중독이 아니다. 이보다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정보에 중독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보를 동시적으로 수용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집단사고와 군집행동이다. 생각과 행동에서 서로 닮아가는 무리짓기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부동산시장이 확 달아오르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 얼어붙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요자들이 작은 자극에도 메뚜기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공급이나 금리, 거시경제 등의 변수를 무시하고 비(非)펀더멘털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한 번 광풍에 휩싸이면 쉽게 꺾이지 않고 계속 한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항상 과열의 끝단은 무주택자들의 몫이다. 이들 역시 비이성적 무리짓기 형태로 막바지에 참여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장이 버블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의 심리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다리면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심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투명성, 일관성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