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노후자금 뇌관'

입력 2019-06-21 17:51
수정 2019-07-11 10:59
[ 고두현 기자 ] 초고령 국가 일본이 ‘노후자금 뇌관’에 떨고 있다. 금융청이 “65세(남)·60세(여) 부부의 노후자금이 2000만엔(약 2억1618만원)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회학자들은 “어려서부터 ‘돈이란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고령 세대에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보다 노후 대비가 덜 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연금 전문가들은 “최소 3억3000만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노년 부부의 월 소득은 국민연금 45만원과 기초연금 40만원, 기타 소득 21만원, 평균 저축액(5371만원)을 쪼갠 24만원 등 130만원이다. 이 금액으로는 월 적정 생활비(243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월 113만원씩 빚을 져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한국 50대 가구주의 경제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말 50대 가구주 가계의 명목 월평균 가처분소득(전국·2인 이상)은 4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10만2000원)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분기(-2.9%) 후 최대 낙폭이다.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도 2017년 기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민·퇴직·개인연금의 ‘3층 연금’으로 노후 대비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년 12월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의 월 지급금은 평균 100만원이다. 이렇게 해도 노후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으로 실질 소득을 높이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초고령 국가인 독일은 노년층 고용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늘리고 노년 임금을 정부가 보조한다. 아직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지 않은 싱가포르도 62세 정년 이후 67세까지 재고용을 권하고 있다.

생산적인 노동은 건강에 좋다. 의료비 지출도 줄여준다. 미국노인학회가 “100세 시대의 미래는 인구통계학이 아니라 고령화 대응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