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의원들, 당 지도부에 건의
총리실서 재검토하기로 하자
"선거 앞두고…정치적 의도 명백"
[ 고은이/김소현 기자 ]
동남권 신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이 적절한지 국무총리실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총선을 10개월 앞둔 상황에서 TK와 부산·울산·경남(PK) 간 지역 갈등이 다시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하고 정부도 동의해 결정된 사안으로,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다”며 “이걸 깨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간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도 없고, 씻을 수 없는 갈등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에 이관해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대구 북구을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홍의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최소한 다섯 개 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었어야 말이 되지 않느냐”며 “이런 것을 밀실정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TK 지역의 민의를 배제한 어떠한 접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그동안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주장해온 PK 지역 의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남 김해갑이 지역구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김해신공항은 내용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미비점이 많았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검토하게 된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18, 19, 20대 총선 모두에서 영남권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당장 총리실 검토의 범위와 시기, 방법 등을 두고 PK와 TK 지역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에도 분위기가 그대로 옮겨올 것”이라며 “안 그래도 TK 의원들 사이에선 정부가 PK만 챙긴다는 말이 있었는데 불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리실 재검토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PK 지역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은 총선을 앞두고 PK 지역에 인적·정책적 물량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 최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PK 지역구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동남권 신공항 재검증을 서둘러 추진해줄 것을 건의했다.
자유한국당 TK 지역 의원들로 구성된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을 위해서는 뭐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며 “정치 논리로 휘둘리고 뒤집히는 정책이 바로 ‘적폐’”라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PK에서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다 보니 민주당에서도 PK 지역의 목소리는 반영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신공항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내세워 PK 민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