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보릿고개'…이대로면 삼성전자 영업익 반토막 현실화

입력 2019-06-21 11:09
수정 2019-06-21 12:39
삼성전자 주력 D램값, 8달러→3달러 '수직 낙하'
삼성전자 영업익 증권사 컨센서스 年 58조→28조
미·중 무역분쟁도 '변수'…"D램 수요 추가 위축"



3달러대로 떨어진 D램 반도체 값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영업익의 75%를 반도체에서 냈고 주력이 D램이었다.

미·중 무역분쟁도 추가 변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D램 수요가 감소해 연내 업황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D램(DDR4 8GB 기준) 평균 거래가격은 3.32달러로 반도체 호황기가 오기 직전인 2016년 9월(3.31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D램 값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작년 9월(8.19달러)과 비교하면 약 60% 떨어진 것이다.

D램은 프로그램 데이터를 저장하는 단기 기억 반도체로 PC에 가장 많이 사용되며 스마트폰에도 쓰인다. 서버에 사용되는 장기 기억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9월 이후 8개월 연속 내림세다.

이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주요인은 공급과잉.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고객사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재고 조절을 하며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거꾸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들 재고량은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기준 반도체 재고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4조570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6% 증가한 5조1100억원 규모의 재고가 쌓였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을 감안한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치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실적 '반 토막'을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올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전망치)는 28조928억원으로 작년(58조8867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올 하반기 다소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D램 반도체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가 있다"며 "D램 가격 추가 하락은 물론 수출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한 것도 거시적으로 보면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면서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화웨이에 공급한 반도체 규모가 전체 매출의 13%가량으로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웨이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9%, 통신장비 시장의 31%를 점유하는 만큼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를 한층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웨이 제재 등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감소로 추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점이 D램의 경우 올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로, 낸드플래시의 경우 올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미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올 3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한 10%에서 10~15%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올 4분기에도 10% 이상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D램 가격이 최대 24~25%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