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무인 배송로봇의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연내에 주요 공공도로에서 무인배송 로봇 이동과 관련한 실증실험을 시행키로 했습니다. 만성적인 일본의 일손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무인 배송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도 일본을 자극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운송업체 야마토운수, 정보기술(IT)기업 라쿠텐 등과 공동으로 올해 안에 무인 배송로봇을 도로에서 달리도록 하는 실증실험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이를 위한 민·관 협의회도 출범해 무인배송 로봇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고 안전성 등을 검토키로 했습니다. 민·관 협의회에는 경찰청, 국토교통성, 경제산업성 등 정부 유관부처와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합니다. 민간 부문에선 미쓰비시토지, 일본우편, 파나소닉, ZMP(자율주행 기술 개발사)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옛 규제가 새로운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현재 무인로봇은 무인 자율주행차량으로 해석된다고 합니다. 탑승자 착석을 의무화한 현재 법규에 따라 무인 배송로봇은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증실험은 현 법규에서도 허용될 수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법규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는 전언입니다.
무인 배송 로봇은 무인 카메라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파악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납품 업체에 자동으로 화물을 보내는 기계를 말합니다. 높은 노동 강도 등으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한 물류업계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물류 회사와 배송 로봇 제조업체는 이번 실증 실험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고, 부동산회사는 화물엘리베 등과 무인배송 로봇의 연계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일본 뿐 아니라 각국에서도 무인 배송 기술개발이 한창입니다. 미국에선 관련 법 정비가 진행 중이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실증실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도 로봇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 구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잠시라도 한눈팔다가는 경쟁에서 멀찌감치 뒤쳐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