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민간의 자율성·창의성 유도가 지속적 성장의 관건"

입력 2019-06-20 17:33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

정갑영 외 공저 / 21세기북스
300쪽 / 1만8000원


[ 은정진 기자 ] 미·중 무역 갈등, 고용 부진 및 성장률 저하 등 국내 경기 여건이 불안한 모습이다. 투자와 고용,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는 악화일로에 있고,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등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한 산업들도 부진하다. 여기에 양극화 심화, 중산층 감소, 저출산 등 사회 문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를 넘어섰음에도 한국 경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산업, 과학기술, 미디어, 외교안보, 환경 등 다양한 분야 석학 16명은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에서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험과 기회를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이야기한다. 대표 저자인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지금 시대는 인공지능과 로봇, 핀테크, 에너지 혁명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의 파괴적 기술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불균형 해소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근본적인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선 인적 자본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 즉 ‘교육’을 통해 기술과 지식의 보편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4차 산업혁명과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고용 문제부터 통상 문제와 사이버 테러, 개인정보, 난민 문제, 미세먼지와 각종 기상 이변 같은 환경적 위협까지 미래에 겪게 될 위기와 그 극복 방안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어줄 미래 과제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규제 시스템’에도 주목한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았지만 2011년 이후 0.8%로 하락한 건 주로 서비스업의 저생산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비스산업에서 생산성 촉진에 필요한 창조적 파괴를 방해한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구조와 경제구조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비교 열위 산업을 비교 우위 산업으로 전환하고, 그 과도기에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피해를 보전하는 이른바 ‘포용적 통상정책’도 주문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