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약사 출신 중견 화가 유율금 씨가 오는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 개인전을 연다. 유씨는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성(姓)씨인 ‘유’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추상화가다. 한 개의 원과 세 개의 직선으로 이뤄진 ‘유’자를 색채와 결합해 추상언어로 화면을 구축한다. 일반적인 비구상 회화와 달리 글자의 이합집산과 빽빽함을 바탕으로 한 추상작업이란 점에서 유별나다.
‘나는 어디에도 있으나,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커다란 화폭을 깨알 같은 글씨 ‘유’로 가득 메운 근작 20여 점을 걸었다.
작가는 “캔버스에 수많은 ‘유’자를 새기면서 내면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토해냈다”고 했다. ‘유’자를 통한 타자와의 관계를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공간에 몰입하게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호로서 추상적 공간은 실재하는 사회와 분리된 인간군상으로 철저하게 개별적 차이가 소멸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