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2500가구 공급…서울 '청신호' 켠다

입력 2019-06-20 17:22
Cover Story - SH공사

166가구 정릉'1호 주택' 10월 첫선
수요자 생활방식에 맞춘 특화설계
기존 표준평면보다 '한 평' 더 확대하고
현관 옆 '한걸음 창고' 설치 … 택배 보관


[ 민경진 기자 ]
“청년과 신혼부부의 당당한 자립과 가족의 꿈을 실현하는 데 청신호(靑新戶) 주택이 앞장서겠습니다.”

청신호란 청년의 ‘청(靑)’, 신혼부부의 ‘신(新)’, 그리고 집이라는 뜻의 한자 ‘호(戶)’를 조합해 만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이름이다. 주거, 육아,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의 주거 복지에 청신호를 켜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SH공사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인 청신호 주택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청년 및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청신호 특화 설계가 적용되는 주거 공간이다. 임대주택 수요자마다 가구원 수, 생애주기, 생활방식 등이 가지각색인 만큼 다양화를 꾀한 설계로 주거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올해 서울 ‘청신호’ 2500가구 공급

SH공사는 올해 청신호 주택 2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공급할 매입형 임대주택(5000가구) 중 절반 수준이다. 건설형 청신호 주택보다 매입형 청신호 주택의 공급을 선제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직접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SH공사는 지난해 8개월에 걸쳐 청신호 특화설계도와 브랜드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 1월 열린 공사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청신호 주택 출범식을 열고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청신호 주택 공급은 서울시가 청년·서민 보금자리 총 24만 호 공급을 목표로 내놓은 ‘공적임대주택 5개년 공급계획’에 포함된다. SH공사의 ‘공간복지 실현 및 청년주택 특화 정책’의 주요사업 중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기도 하다.

SH공사는 올해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1차분(2705가구) 가운데 965가구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하반기 예정된 2차 매입분부터는 청신호 특화설계를 적용해 공급한다. SH공사가 선정한 청신호 건축가가 2차 매입분의 설계에 참여한다.

건설형 청신호 주택 공급도 추진 중이다. 1호 건설형 청신호 주택은 성북구 정릉동 옛 정릉 스카이연립 자리에 짓는 정릉동 행복주택이다. SH공사는 준공된 지 50년이 지난 정릉 스카이연립을 허물고 행복주택을 조성하고 있다. 기존 140가구가 정비사업을 통해 △청년 108가구 △신혼부부 25가구 △고령자 33가구 등 총 166가구의 행복주택으로 탈바꿈한다. 준공 예정 시기는 10월 중순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청신호 주택을 건설형·매입형 모두 확대해 서민 주거 안정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신호’만의 특화설계 적용

청신호 주택에는 △공간질서 확립 △알파공간 제공 △공간 최적화 △수납특화 등 네 가지 분야에 초점을 둔 특화설계가 적용된다. ‘나만의 한 평(3.3㎡)’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존 임대주택의 표준평면보다 넓은 면적을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예컨대 원룸형은 기존 17㎡에서 20㎡로, 투룸형은 36㎡에서 39㎡로 전용면적이 늘어난다. 수납, 배치 등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같은 공간이지만 수요자들의 다양한 생활방식에 걸맞은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구별 현관 앞에는 ‘한걸음 창고’를 설치해 택배 등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각 수요자의 선호에 걸맞은 다양한 평면이 제공된다. 청년을 위한 청신호 주택은 △청년노마드형(원룸형) △워크&라이프형(거실·침실 분리) △소셜다이닝형(거실 확장형) 등 세 가지 형태로 선보인다. 청년들이 몸만 들어와도 생활할 수 있도록 붙박이 가구가 완비된 ‘풀 옵션’ 시설을 제공한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거주자를 고려해 주방가구 규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욕실은 건식·습식 중 기호에 맞는 시설을 고를 수 있다.

신혼부부를 위한 청신호 주택은 △자기계발형(자녀가 없는 새내기 신혼부부) △자녀계획형(2~3인 가구) △자녀양육형(3~4인 가구) 등 세 가지 형태로 공급된다. 육아 중심으로 기획된 기존 주택과 달리 자녀가 없는 부부까지 고려한 가변형 설계가 특징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알콩달콩 베타 룸’을 설치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자녀 양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다. 부부만 생활할 경우 게임, 음악감상, 홈 트레이닝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청신호 주택 특화설계는 서울 거주 청년과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완성했다. SH공사 연구원은 “나만의 한 평을 청년의 취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설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앞으로도 소형 주택 평면 다양화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이제 임대주택도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시대”라며 “SH공사는 청신호 주택을 시작으로 1~2인 주택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