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선임기자
[ 오춘호 기자 ]
인공지능(AI)과 인간 지능(뇌)의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AI는 일정량의 데이터가 있어야만 학습을 통해 사람과 사물을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인간의 뇌는 데이터가 없고 학습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판단한다. AI를 작동시키는 슈퍼컴퓨터는 수천㎞의 전력선을 갖고 있지만 뇌는 신경세포의 길이가 10만㎞를 넘는다. 전력 사용량 또한 뇌는 20W(와트)의 에너지만 써도 ㎿급 전력을 소모하는 슈퍼컴퓨터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AI는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신호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복합 시스템이다. 따라서 AI는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뇌는 단순히 알고리즘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전기신호까지 주고받는다.
AI 연구가 이런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의 딥마인드는 인간의 뇌 기능을 흉내내 AI가 도로의 최적 경로를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IBM도 100만 개의 신경세포를 모방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어냈다. 일본산업진흥기구 또한 데이터로 인간의 뇌처럼 판단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거꾸로 인간이 할 수 없는 기능을 AI가 처리하기도 한다. 최근 말을 할 수 없는 환자의 생각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에드워드 창 UC샌프란시스코 신경외과 교수 팀은 문장을 읽어주는 장치를 개발해냈다. 음성합성 AI인 보코더를 활용해 환자가 말할 의사를 보일 때 나타나는 뇌파를 읽어 음성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를 AI로 하기도 한다.
한 걸음 나아가 뇌와 뇌를 연결하는 시스템 연구도 진전 중이다. 뇌의 전기신호를 조절해 네트워킹을 한다는 이치다. 모든 사람의 뇌와 뇌가 연결되는 ‘브레인 네트워킹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와 카네기멜런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3명의 뇌를 특수 헤드 기어 등으로 연결, 뇌파를 통해 ‘테트리스’와 비슷한 게임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분야 권위자인 미겔 니코렐리스 코넬대 교수는 “뇌끼리 대화할 수 있다면 언어조차도 생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도 삼성전자가 사람의 두뇌에 가까운 AI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독자 기술을 앞세워 뉴로칩 기술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뇌나 신경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이러다가 AI보다 인간의 뇌 기능이 더욱 빠르게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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