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제조업 부가가치율, 신산업·신품목 비중 등을 30%로 끌어올리는 비전과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를 통한 산업구조 혁신 가속화 등의 전략을 담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탕, 삼탕 정책들로 장밋빛 전망만 나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새로울 것도, 손에 잡히는 것도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미·중 마찰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위축되고 있다”며 제조업 대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심각성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의 잇단 경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피치는 당초 전망치에서 0.5%포인트나 낮은 2.0%로 수정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 어디에도 이런 긴장감,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무엇 하나 기업들의 이목을 끌 만한 것을 내놓지 못했다. 제조업 인력 대책만 해도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이 빠졌다. 중국을 비롯, 해외로 나간 국내 제조기업들의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등 유턴을 촉진할 과감한 대책을 내놓을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다.
신산업 전략도 기술 로드맵 제시, 민관합동 대형 R&D 추진 등 과거 패턴에서 달라진 게 없다. 신산업 규제개혁 또한 ‘규제 샌드박스’ 수준을 맴돌 뿐이다. 대기업 규제 혁파, 연구개발 지원 세제의 원상회복 같은 전향적인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환경규제 등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기업 활력을 높일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어떻게 제조업 르네상스를 하겠다는 것인가. 기업들은 ‘슬로건’이 아니라 ‘디테일’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