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그래핀株' 투자…거품 꺼지면 개미 피해 우려

입력 2019-06-18 17:42
"짐 로저스 투자社 CB 취득"
나노메딕스 가격제한폭 올라
국일제지·상보 등 관련주도 상승


[ 고윤상 기자 ] 주식시장에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과 관련된 종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흑연을 원료로 하는 그래핀은 구부러져도 강도나 특성이 변하지 않고 전류 전달 속도가 빨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신소재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나노메딕스는 그래핀 사업에 투자한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2900원(29.94%) 오른 9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나노메딕스는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그래핀 기술 업체인 비상장사 ‘스탠다드 그래핀’의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스탠다드 그래핀은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투자한 회사다.

나노메딕스 효과로 그래핀 테마주로 분류되는 국일제지(0.56%), 엑사이엔씨(10.58%), 상보(1.90%), 솔루에타(0.68%) 등도 동반 상승했다.

증권업계와 그래핀 학계에서는 그래핀 관련주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를 우려하고 있다. 그래핀 기술의 실체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열된 단타성 매매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핀 학계에 따르면 나노메딕스가 투자한 스탠다드 그래핀은 흑연에서 그래핀을 벗겨내는 그래핀 플레이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핀을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는 “스탠다드 그래핀이 보유한 기술은 실체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유럽이나 중국에 비슷한 회사가 많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래핀 붐’을 일으키며 올 들어 205.48% 폭등한 국일제지도 기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일제지가 개발했다는 그래핀 기술은 응용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다수 학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엑사이엔씨도 그래핀 관련 국책과제에 참여해 그래핀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회사측은 2014년 이후 관련 사업을 철수했다. 상보는 그래핀을 이용한 배리어 필름 기술을 갖고 있지만 상용단계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솔루에타도 그래핀 관련 특허를 세 개 보유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사업은 없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