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간 소속 변호사와 소송
법원 "정당한 인사권 범위 넘어"
변호사 노조, 직권남용으로 고발
일반직·변호사 갈등이 '불씨'
[ 이인혁 기자 ]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사진)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한 소속 변호사와 ‘불공정 인사’ 문제를 두고 다섯 차례 소송전을 치렀다.
법조계에선 조 이사장을 지지하는 공단 내 일반직군과 그에게 비판적인 소속 변호사 노동조합 사이의 처우 문제 등을 둘러싼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치봉)는 지난 14일 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가 조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보발령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를 포함해 조 이사장이 박 변호사에게 행한 두 차례의 전보인사를 두고 본안 사건 2회, 가처분 사건 3회 등 다섯 번의 소송이 있었다. 현재까지 조 이사장은 다섯 번 모두 패소했다.
조 이사장이 전주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 변호사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전주지부 군산출장소장과 의정부지부장으로 보내려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 변호사는 본인을 현재보다 직급이 낮은 군산출장소장과 연고지(광주광역시)와 거리가 먼 의정부지부장으로 보내려는 것은 평소 조 이사장의 운영 방식에 문제제기를 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그가 공단 내 갈등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가 변호사가 아닌 일반직 직원이 법률상담을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는데, 일반직은 법률구조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담을 수행하고 있어 그의 발언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직렬 간 갈등만 조장했다는 것이다.
결국 법률상담 업무를 누가 맡을 것인지 등 조직 내 역할 분담과 처우 등을 둘러싼 변호사와 일반직 사이 갈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변호사 노조 측은 비변호사가 법률 상담을 하면 전문성도 떨어지고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있기에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반직은 오히려 변호사의 고임금 구조 등을 개혁하고 현재 변호사만 맡을 수 있는 지소장 등 보직을 일반직에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단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심 본안 소송에서 법원은 두 차례 전보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변호사 노조 측은 조 이사장의 부당한 전보인사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를 고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