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3연패 막은 '근육맨'…우들랜드, US오픈 정상 '우뚝'

입력 2019-06-17 17:34
3타 차로 켑카 따돌리고 우승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 올라
우즈, 공동 21위 '유종의 미'


[ 조희찬 기자 ] ‘슈퍼맨’ 브룩스 켑카(미국)의 US오픈(총상금 1250만달러) 3연패가 또 다른 ‘머슬맨’에 의해 좌절됐다. 켑카만큼이나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을 가진 게리 우들랜드(미국)가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올라 ‘머슬맨 전성시대’를 알렸다.


우들랜드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1·707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켑카(10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들랜드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이자 첫 메이저 트로피다. 지난해 피닉스오픈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우승상금은 225만달러(약 26억6800만원)다.

우들랜드는 여러모로 켑카와 닮았다. 켑카는 야구를 했고 그는 농구를 했다. 키 185㎝인 우들랜드는 고교 시절 골프와 농구를 병행했다. 농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갔다가 1년 만에 포기하고 골프를 택했다. 드라이브 비거리는 시즌 평균 309야드로 11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에선 나흘간 평균 310.8야드를 보냈다. 켑카도 우들랜드와 소수점까지 똑같은 310.8야드를 날렸다.

우들랜드는 ‘초정밀 볼 스트라이커’다. 멀리, 똑바로 친다. 이 역시 켑카와 비슷하다. 아이언 티샷을 많이 한 둘은 이 대회에서 똑같이 71.43%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보였다. 그린 적중률은 켑카가 75.00%로 1위, 우들랜드가 72.22%로 2위다. 이 덕분에 이들 둘만 두 자릿수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다.

승부는 후반에 갈렸다. 타수 차가 한때 1타까지 좁혀지면서 114년 만에 US오픈 3연패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우들랜드는 14번홀(파5)에서 절묘한 칩샷으로 1m 버디를 잡으며 켑카를 2타 차로 밀어냈고, 18번홀(파5)에서 10m가 넘는 장거리 버디 퍼트를 또다시 홀에 꽂아넣어 3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켑카는 3연패엔 실패했으나 최근 3개 대회에서 우승-우승-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1903~1905년 이 대회에서 윌리 앤더슨(스코틀랜드)이 3연패를 달성했지만 현대 골프에선 켑카의 성적이 가장 좋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 라운드에서 처음으로 60대 타수를 적어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보기 4개를 잇달아 범한 뒤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그를 따르던 팬들을 열광케 했다.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21위. 중상위권의 성적이지만 흥행만큼은 압도적 1위였다. US오픈은 우즈 덕에 3라운드 평균 시청자 수 423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6년간 최다 시청률이다.

22세의 빅토르 호블란트(노르웨이)는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로 아마추어 선수 최저타 기록을 세웠다. 280타는 1960년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282타보다 2타 앞선 성적이다. 현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인 그는 이번 대회 후 프로로 전향한다. 20일 개막하는 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이 데뷔전이다. 한국 선수 중에는 안병훈(28)이 3언더파 공동 1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