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는 너무 과도한 이기심에 휩싸여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창을 겨누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이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기심’ 때문이다. 과거 선사시대부터 고대인은 자신의 식욕을 위해 동물을 잡아다가 먹었다. 여기서부터 인류 역사에서 드러난 이기심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적절한 이기심은 당연지사 인간이라면 갖추는 기본조건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인간의 본성은 사회의 폐단을 더욱 여실히 드러낼 뿐이다.
최인훈 소설 ‘구운몽’은 근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기적인 본성을 아주 잘 드러낸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독고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북한군에 맞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현재는 북한 진영이지만, 내일은 국군 진영이 되는 혼란 속에 사람들은 제 몸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책의 내용 가운데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하지만 방송을 들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광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반역자로 체포돼 사형을 기다린다. 원래 독고민의 편에 서서 그의 가치관을 추종하던 이들도 결국 죽음 앞에선 무릎을 꿇는다. 국군이 기관총을 들고 연신 독고민의 몸을 향해 쏘는 순간에도, 민중은 침묵한 채 그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본다.
제 아무리 정의로운 가치관일지라도 내 목이 칼이 들어선 순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상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이기심, 또는 물질적인 욕망을 위해 배신이 판을 치는 형국을 만들고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눈다. 이는 진정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이기심’과 ‘배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고등학생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도 종종 현 대학입시제도에 맞춰 살아가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이기심이 있다. 이기심은 인간이 존속하고 또 번영하는, 어찌보면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나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는 너무 과도한 이기심에 휩싸여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창을 겨누고 있지는 않은가?”
이서연 생글기자(김해외고 2년) britz23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