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배송 천국'

입력 2019-06-16 17:46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밤 11시까지 음식료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갖다주는 ‘새벽 배송’, 오전에 짠 우유와 산란한 달걀을 당일 배달하는 ‘신선 배송’, 오후 3시까지 주문한 회를 오후 7시 전에 식탁에 올려주는 ‘초(超)신선 배송’, 생필품을 30분 안에 배달하는 ‘퀵 배송’….

예전 같으면 대형마트나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던 사람들이 요즘은 간편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장을 본다. 새벽 배송 시장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의 하루 평균 주문량은 지난해 3월 8000건에서 올 5월 3만 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1년 전 온라인 시장에 진입한 오아시스의 월 매출은 올 1월 8억원에서 3월 22억원으로 뛰었다.

배송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축산·유제품과 반찬 전문업체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쿠팡과 헬로네이처 등 1세대 주자에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배송 천국’이 앞당겨진 것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물류 혁신 덕분이다. 해외에서는 기술 활용 속도가 더 빠르다. 미국 월마트는 소비자가 집에 없을 때는 직원이 집안 냉장고에 식료품을 넣어 주는 ‘인 홈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는 동영상으로 그 과정을 지켜본다.

자율주행차와 로봇·드론(무인항공기) 배송도 등장했다. 미국 포드사는 자율주행차가 배송지 인근에 도착한 뒤 로봇이 물품을 짐칸에서 내려 집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드론 배송 분야에서는 중국 징둥닷컴이 2016년 시범 비행을 시작한 뒤 베이징 외곽 등에 60여 개 드론 항로를 운영 중이다.

아마존도 곧 30㎞ 이내에 2.3㎏ 이하의 물품을 배달하는 드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착륙 때 마당에 있는 빨랫줄까지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구글은 최근 장거리 상업용 드론 부문 허가를 받았다. 미 항공당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고려해 기존 규제를 고집하지 않고 전세기 면허를 응용한 해법으로 사업 길을 열어줬다.

우리나라는 아직 각종 규제로 발이 묶여 있다. 그나마 우정사업본부가 2021년 도서 지역 드론 배송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배달산업이 매년 10%씩 성장해 2030년 3600억달러(약 40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지난 4월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이 시작됐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