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읽기|"비지상파 잡아라" MBC·SBS 파격 편성…전략 먹혔나?

입력 2019-06-15 08:42

과거 '드라마 명가' 혹은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렸던 지상파는 선호도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다.

JTBC, tvN 등 비지상파 채널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SBS, MBC은 '평일 저녁 10시는 드라마'라는 편성을 깨고 반등을 모색 중이다.

SBS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열혈사제'부터 금토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을 선보였다. 한 관계자는 "평일 밤 10시대는 각사 메인 드라마들의 각축장으로 인식됐지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반영하고 다양한 시청권 확보 차원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 편성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첫 금토드라마인 '열혈사제'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가볍게 넘더니 최고 2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 클립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는 스마트미디어렙(SMR)에 따르면 '열혈사제'가 회당 재생수 약 273만 회로 크게 흥행하며 금토극 편성 전략에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후속작인 '녹두꽃'의 회당 평균 재생수는 약 72만 뷰로 전작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SBS는 금토드라마 편성 외에도 지상파 3사 최초로 월화요일 밤 10시 예능을 선보일 계획이기도 하다. 관계자는 "기존 미니시리즈처럼 일주일에 두 번 총 16부작의 예능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월화드라마는 여름 동안 휴지기에 들어간다.


MBC는 1980년 드라마 '백년손님' 이후 줄곧 이어져오던 밤 10시 드라마 시대를 끝냈다. 기존 밤 10시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한시간 앞당긴 9시에 방영 중이다.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편성 시간의 이동은 ‘치킨 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이고, 시청자 선택권 확대의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부터 ‘뉴스데스크’ 저녁 7시 30분으로 시간을 옮겼고,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앞서 시즌보다 한시간 빠른 밤 10시에 방송 중이다.

현재 월화드라마로는 '검법남녀 시즌2', 수목드라마로 '봄밤'이 방영 중이다.

'봄밤'의 회당 평균 재생수는 160만 뷰가 넘는다. 다만 SMR은 '봄밤'이 10시대에 방송되던 전작 '더 뱅커'에 비해 훨씬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MBC의 편성 전략이 통했다고 판단하기엔 일러보인다고 분석했다.

'검법남녀2'의 회당 평균 재생수는 약 41만 회로 월화극 중 최하위이다. 이 작품은 경쟁작 JTBC '바람이 분다'(82만 3천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드라마 시장은 월화 밤 10시대 5개, 수목 밤 10시대 4개 드라마가 혈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드라마는 겨우 한두 작품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방송사는 물론 제작사와 시청자 모두 손해를 보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

현재 영상클립 재생수 주말극 1위는 밤 9시에 편성된 tvN '아스달 연대기'(190만뷰)다.

방송 관계자는 '봄밤'의 성공과 '검법남녀 시즌2'의 고전, '열혈사제'의 흥행과 '녹두꽃'의 평범한 성적은 결국 드라마 경쟁력의 핵심이 콘텐츠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는 월화극과 수목극 간의 극명한 재생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수목극 중 회당 평균 재생수 100만 회 이상인 작품이 3개지만, 월화극 중에서는 단 한 작품도 회당 100만뷰 고지를 넘지 못했다.


높은 재생수를 보이는 수목극 '봄밤'과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132만뷰)의 편성 시간은 고작 30분 차이다. 시간대가 겹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라면 시청자가 찾아서 보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분석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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