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왁자지껄
서울 도심 곳곳이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오히려 2년 전보다 117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의 항의 민원을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솜방망이 단속’에 그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태료 대신 계도로 단속 완화
14일 각 구청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청별로 거둬들인 주정차 위반 과태료 납부액은 작년 한해 총 831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948억3000만원)과 비교해 117억원(12.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89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과태료를 거둬들였다. 서초구(58억5000만원), 송파구(48억3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과태료 납부액이 가장 적은 곳은 중랑구(14억6000만원)로 강남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특히 25개 구청 중 18곳에서 지난 2년간 주정차 단속에 따른 과태료 납부액이 줄었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강남구(65억4000만원), 종로구(12억4000만원), 서초구(10억3000만원) 순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과태료가 줄어든 이유로 2016년 지방선거 전후 지역 상인들의 반발 등 주민 여론을 의식해 각 구청들이 단속을 완화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구청장이 바뀌면서 즉각적인 단속보다는 계도하는 쪽으로 단속 지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과태료 납부액의 감소폭이 가장 컸던 강남구는 간선도로에서 시행 중이던 주정차 단속 유예 구역을 이면도로까지 확대했다. 철저한 단속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과 과잉 단속 민원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그간 주차 단속을 강경하게 해왔지만 2017년부터 바뀐 지침에 따라 처벌 대신 계도 위주로 단속하고 있다”며 “단속이 완화된 결과 지난해 강남구에 들어온 단속 관련 항의 민원은 전년 대비 59%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남구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 납부액은 2016년 15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89억1000만원으로 42.3%나 줄었다.
다른 자치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5개 자치구 중 15곳(60%)에서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가 줄었다. 2016년 303만건에 달했던 서울 전체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해 276만건으로 27만건(9%) 감소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예전처럼 단속을 하다보면 억울하게 적발됐다는 민원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며 “주차공간이 부족한 데 비해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주차 민원 쏟아지지만
이처럼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불법주차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불법주차를 신고할 수 있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을 개선했다. 하지만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주민 윤모씨(43)는 “신고를 해도 금세 4차선 도로가 불법주차 차량으로 뒤덮여 2차선이 돼버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남구 대치동 주민인 김모씨는(50) “학원가에서 불법 주정차한 뒤 자녀들을 차량에 태우고 가는 학부모들을 흔하게 본다”며 “일대 차량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어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각 구청에서는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조건 단속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가용 승용차 수에 주택가 주차장 수를 나눈 ‘주택가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밑돈 자치구는 9개구에 달했다. 금천구(78.4%), 영등포구(80.9%), 종로구(84.1%) 순으로 차량 수 대비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곳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며 “하지만 주민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굳이 찾아가서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불법주차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처벌 대신 양해를 요청한다는 게 주차관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일각에선 주차장 내 불법건축물을 단속하거나 다른 공공시설을 주차장으로 이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양민규 서울시 의원은 “주차 공간 불법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학교를 교내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