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작물 재배의 달인, 야생 약초 가시엉겅퀴 첫 대량재배의 길 열다

입력 2019-06-14 17:53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

약초로 알려진 가시엉겅퀴
6년 실험 끝에 재배방법 습득


[ 이지훈 기자 ]
치즈로 유명한 전북 임실이 ‘한국판 밀크시슬’로 불리는 가시엉겅퀴의 주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임실 가시엉겅퀴가 간기능 개선, 관절염 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다. 그 중심에 가시엉겅퀴의 효능을 알아보고 15년간 한 우물을 판 농부,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가 있다. 심 대표는 야생 가시엉겅퀴를 국내 최초로 재배한 인물이다.

엉겅퀴 재배에 도전하다

가시엉겅퀴는 낮은 산이나 들판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피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오래전부터 민간요법 약재로 활용돼 왔다. 서양 엉겅퀴는 간 영양제인 밀크시슬의 주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 대표가 가시엉겅퀴 재배에 나선 것은 2004년이다. 야생 엉겅퀴를 채취해 농장에 심으니 발아율이 5%에도 못 미쳤다. 이리저리 수소문했지만 재배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실패를 각오하고 농법을 직접 정립해가는 수밖에 없었다. 재배법을 확립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이젠 주변 농가에 계약재배를 의뢰할 정도로 농법을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가시엉겅퀴의 잠재력을 확신한 심 대표는 5년 전부터 다른 작물 재배를 그만두고 가시엉겅퀴에 ‘올인’하고 있다. 가시엉겅퀴 재배면적도 5만여 평으로 키웠다. 가시엉겅퀴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는 만큼 가시엉겅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올린 12억원의 매출이 수년 내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심 대표의 셈법이다. 그는 “엉겅퀴는 간기능 개선, 혈액순환, 관절염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며 “진행 중인 임상시험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가시엉겅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40년 농사꾼

농업고를 나와 농사에 뛰어든 심 대표는 손대는 농사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자본과 농업기술이 모두 부족했다. 대규모 수박농사에 나섰다가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기도 했다. 약초를 재배하면서 어렵게 재기에 성공했다. 1980년대 후반 경제 호황에 따라 한의원의 약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3만 평 규모로 재배한 독활(땅두릅)로 재미를 봤다. 당시 전국 독활 생산량의 25%를 심 대표가 책임졌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산 약초가 헐값에 대거 유입되면서다. 심 대표가 기른 약초값이 폭락했다. 그는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로 작약 가격이 급락했다”며 “중국산 약초의 공습에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2000년 들어 한약재 농사를 관뒀다. 혹시 미련이 생길까 봐 포클레인으로 땅을 다 엎어버렸다. 대신 임진쑥, 민들레 등 건강식품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와중에 인연이 된 작물이 바로 가시엉겅퀴였다.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오르다

심 대표는 가시엉겅퀴 재배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올랐다. 연구개발을 거듭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심 대표는 엉겅퀴 진액, 환, 티백 차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사진)을 생산하고 있다. 엉겅퀴 추출물이 들어간 크림, 헤어 컨디셔너도 개발했다.

그는 임실생약만의 가시엉겅퀴 재배법을 정립한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실리마린 등 특정 성분이 수확 시기별로 달라지는 점을 밝혀냈다. 심 대표는 “엉겅퀴는 수확하는 시기, 재배 지역, 부위별로 성분이 완전히 다른 신비한 풀”이라며 “좋은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한 시기에 해당 부위를 골라 올바른 추출법을 통해 성분을 뽑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엉겅퀴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실리마린은 간을 보호하고, 혈전을 없애는 데 역할을 한다. 아피제닌은 관절염과 불면증 개선 효과가 있다. 이 같은 가시엉겅퀴 효능을 밝힌 7개 논문이 학회지에 등재돼 있다. 그동안 전북대, 전주대 등과 함께 엉겅퀴의 효능을 연구해온 성과다. 최근 아주대와 함께 진행 중인 퇴행성 관절염 연구는 임상시험 비용을 임실생약이 대기로 했다. 전임상 결과가 좋아 임상시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학적 검증 작업만 마무리되면 가시엉겅퀴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 대표는 “가시엉겅퀴의 다양한 효능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농법 고도화 및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실=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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