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요법이 불러온 비극…독풀 '초오' 먹은 70대 사망

입력 2019-06-14 17:42
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초오'에 들어있는 아코니틴 성분
손발 저림 증상 완화 '입소문'
과다 복용 땐 호흡곤란·심장마비


[ 전예진 기자 ] 지난 4일 광주에서 한 70대 남성이 독초를 먹고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평소 민간요법으로 복용하던 ‘초오’(사진)라는 풀을 국에 넣어 끓여 먹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던 이 남성은 손발저림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종종 초오를 복용해왔습니다. 초오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과 2015년에도 이 약초로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 초오는 뿌리에 강한 독이 있어 독초 중의 독초로 꼽힙니다. 조선시대에는 비상, 천남성, 부자 등의 독성 약초와 함께 사약의 재료로 사용됐습니다. 자줏빛 투구처럼 생긴 꽃을 피운다고 해서 투구꽃으로도 불립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산야초여서 산나물로 착각하고 섭취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초오로 인한 중독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처음에 가려움증, 찌르는 듯한 아픔, 산통, 센 작열감, 어지러움, 숨가쁨 등이 나타납니다. 구토, 운동 마비, 침분비 항진, 동공 수축 증상도 일으킵니다. 이 식물에 들어 있는 아코니틴 성분이 몸속에 들어가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감각 이상과 호흡 곤란, 경련, 쇼크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초오는 2㎎의 소량만 복용해도 심장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극소량을 복용하면 신경통이나 중풍, 관절염, 냉증,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한약재로도 잘 사용되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오는 6~7월부터 알이 차서 이때 채취해 자가치료를 하다가 중독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민간에서는 초오를 끓여 식힌 물을 마시거나 술을 담그기도 합니다. 한 번에 소량을 먹더라도 장기 복용하면 아코니틴이 체내에 축적돼 위험합니다. 평소에는 초오를 먹고도 이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이 소화불량일 때 민간 상비약으로 즐겨 찾던 ‘화풍단’도 초오를 이용해 만든 약입니다. 붉은색 구슬 모양의 환약인데요. 아직도 화풍단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한 움큼씩 드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2016년 7월에는 초오와 당귀, 계피 등을 사용해 불법으로 화풍단 22t을 제조, 판매한 모자가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회수되지 못한 화풍단이 시골 할머니댁 약통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전통시장과 한약재 시장에서 불법 유통되는 의약품용 약재는 판매해서도, 구입해서도 안 됩니다. 만약 정체 모를 약초나 이를 달여 만든 차, 약주 등을 먹고 혀의 감각이 마비되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입소문만 듣고 한약재나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맞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