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구권역 공청회 열려
"최저임금 지역 업종별로 차등적용해야"
“삼겹살 한근 가격이 대구는 1만2700원, 서울은 1만6800원으로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데, 인건비는 일률 적용하라고 하니 이게 정상적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14일 대구 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관련 대구권역 공청회에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불만과 호소가 쏟아졌다. 공청회에는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익위원 14명이 참석해 자영업자 등 사용자와 노동조합 대표 등 7명의 발표자와 일반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사용자측 발표자로 나선 방경섭 외식업중앙회 대구 북구지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 비중이 25%를 넘어섰다”며 “식자재비용과 상가 임대료까지 덩달아 올라 지난해 400개 업소중 125개가 폐업을 했고 상당수 업주가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측 발표자들은 “지역별 업종별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규 옥외광고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은 “광고 간판일은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초보자들은 최소 3년이상 일을 배워야 하는데 임금을 경력자와 같이 적용하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 폐업하거나 아예 가족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훼업을 하는 문상섭씨는 “전국 1만7500여개 꽃집 중 종업원이 있는곳은 1000여개에 불과하고 전국 화훼농가의 70~80%는 외국인들과 노령층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사양산업으로 이젠 최저임금을 줄 형편도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김두영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2과장은 “대구는 최저임금 위반신고건수가 전국 평균 증가율을 배이상 웃돌고 있다”며 “이같은 결과는 경기부진 못지않게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율을 못따라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동자 대표들은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을 요구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으로 사는 청년 근로자는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한 주거비나 공과금은 못 줄이니 결국 식비 등을 줄여야 한다”며 “삶의 질과 관련된 데는 돈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 서명희씨는 “급여 174만원으로는 외식 한 번 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도 좋지만 생활임금이 인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태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올해 최저임금으로 근로자 월 평균소득을 보장하기에는 벅차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 변화를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만큼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를 지켜본 방청객들은 “공청회가 을과 을 간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날 공청회에선 노조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