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각합병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사실상 에이치엘비가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됩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재평가될 것으로 봅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전날 공시한 삼각합병의 의미와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했다. 에이치엘비는 전날 미국 법인 HLB USA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는 LSK바이오파마(LSKB) 지분 100%를 인수한 뒤 대가로 지급할 에이치엘비 주식 발행을 위한 것이다.
HLB USA는 LSKB 지분 100%를 확보한 이후 합병한다. 에이치엘비가 HLB USA 지분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에이치엘비와 LSKB가 합병하는 것이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는 중국에 5년째 시판된 검증된 신약을 개발하고 있고, 판매허가의 문턱까지 와 있는데고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결국 투자한 회사가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각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할인 요인인 조선업으로 분류된 업종을 바꾸기 위한 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LSKB는 위암 3차 치료제로서의 리보세라닙 임상 3상 주요(탑라인) 결과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라며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됐을 때 LSKB 주주들이 느낄 실망감(싼 가격에 매도한 거 아니냐)을 감안해 신약허가 신청 및 허가 완료 시 각각 가치평가액의 10% 현금을 추가로 지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LSKB의 기업가치는 4억4000만달러(약 5200억원)으로 평가됐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LSKB 지분 59.83%를 보유하고 있다. 또 자회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9.02%, 손자회사인 라이프리버가 6.09%를 취득 중이다. 잔여지분까지 100%를 HLB USA가 인수하게 된다.
진 회장은 "그동안 지분이 나눠져 있어 에이치엘비 LSKB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 각각 이사회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며 "삼각합병이 마무리되면 의사결정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LB USA와 LSKB의 합병계약은 오는 10월30일 체결될 예정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이유는 리보세라닙의 미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시판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은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신속심사를 통해 허가가 빠르게 날 것이라 예상한다"며 "미국은 직접판매, 남미와 유럽은 공동 판매, 일본은 기술수출 등의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가 이후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는 "리보세라닙을 중국에서 팔고 있는 헝루이제약은 다양한 암종에 대해 240개의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 중 결과가 좋은 것을 골라서 개발해나가면 된다"고 했다. 치료 암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헝루이제약은 리보세라닙의 중국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한 권리는 LSKB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보유 중이다.
그는 "에이치엘비는 아직도 위암 3차 치료제라는 틀에 갇혀 있다"며 "3상 결과가 좋으면 많은 추가 적응증 개발의 기회들이 생길 것이고, 리보세라닙 매출과 주가는 다르게 움직일 것(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