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사고
[ 유재혁 기자 ]
독일 뮌헨의 한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마술 공연이 펼쳐졌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함구증’에 걸려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던 어린이가 장애를 잊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의사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 직접 목격한 장면이다.
아이를 치료한 것은 마술 자체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 집단 효과였다. 긍정적 감정, 함께 보는 공연, 마술의 매력, 놀라움, 웃음 등이 지닌 전염력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웃으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가령 어린이가 수술실로 들어갈 때 어릿광대를 동반했더니 두려움이 현저히 낮아졌다. 신뢰호르몬인 옥시토신 수치가 30% 정도 증가했다. 어릿광대를 투입한 치료 효과는 노인 질환, 성인 우울증 등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히르슈하우젠은 저서 《방탄 사고》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 삶의 최고 결정권자는 생각”이라며 “생각은 뇌를, 행동을, 건강을, 마침내 인생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생의 수많은 난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생각이란 의미에서 책제목을 ‘방탄 사고’라고 붙였다.
저자는 행복, 사랑, 관계, 건강이란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의학, 신경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여준다. 그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당장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부터 지우라”고 조언한다. 긍정적 기대, 낙관, 감사, 웃음과 유머는 몸과 마음의 병을 막아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심지어 수면의 질까지 높인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춤추기, 노래하기, 걷기, 대화하기, 애정 어린 스킨십 등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고마워’ ‘수고했어’ ‘덕분이야’ 같은 말을 자주 하는 것도 또 다른 치유법”이라고 설명했다. (박규호 옮김, 은행나무, 456쪽, 1만7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