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 무용론
과거·부처 정책들 묶어서 발표
[ 김익환 기자 ] “하늘에서 떨어진 정책은 없습니다. 과거 정책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과거에 나온 정책을 또 발표하느냐는 지적은 적절치 않습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목희 부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위가 발표한 정책 가운데 새로운 것이 없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일자리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에 따라 2017년 5월 16일 출범했다.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등 일자리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지위도 부여받았다. 출범 당시 상당한 지위와 예산을 확보한 일자리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부처가 발표한 일자리 정책을 모아서 발표하는 역할에 그치면서 급기야 ‘위원회 무용론’이 확산됐다.
정부 일자리정책 담당자들 가운데서도 이 부위원장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기존 정책을수정·보완 한다는 그의 설명부터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자리위가 수정·보완은커녕 부처들이 발표했거나 진행하는 일자리 대책을 끌어모아 2~3개월에 한 번 발표하는 수준의 업무에만 머물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지난 4월 위원회가 10차 회의를 열어 발표한 ‘사람투자 10대 과제’는 고용노동부 등이 설계한 정책들로 채워졌다. 이달 5일 일자리위가 발표한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도 고용부가 정책을 설계했다. 일자리위가 기여한 것은 자신들의 사무실을 브리핑 공간으로 내준 게 고작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공무원은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을 호치키스(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발표한다고 해서 ‘호치키스위원회’로 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자리위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출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원회는 출범 당시 예산 편성과 정책 설계를 하는 기능이 없는 조직으로 한계가 뚜렷했다”며 “부처별 정책을 조율해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하는 주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만큼 조직 내실을 갖춰 이 같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