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15억→올해 1281억
직업계고 취업률도 내리막길
[ 김익환 기자 ] 빈 강의실 소등 점검 도우미 등 황당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자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고교생들의 취업을 돕는 직업교육 예산은 쪼그라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에 따라 세계 주요국이 직업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물론 직업훈련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정부 직업교육 예산(특별교부금 기준)은 2016년 2015억원에서 올해 128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직업교육 예산 대부분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직업계 고교 지원비용으로 쓰인다. 예산 감소는 물론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도 줄고 있다. 2016년 3만1060곳이던 현장실습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올해 1월 기준 1만2266곳으로 60.5% 감소했다. 2017년 1월 전북 전주, 같은해 11월 제주에서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기업들의 실습 참여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현장실습을 대폭 줄인 것이다.
예산이 쪼그라들고 현장실습도 줄자 직업계고의 취업률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초·중등교육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한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은 34.8%로 집계됐다. 2017년 53.6%에 달한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44.9%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30%대로 밀렸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10~20%대로 떨어진 영향이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 초점을 고졸자보다는 대졸자에 맞추거나 고용장려금 등 일자리사업에 우선 배정하면서 고졸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은 직업교육에 적잖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물론 직업교육 정책도 손질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기존 직업교육으로는 관련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직업교육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고용노동부 고위 관료는 “직업계고에서 진행하는 교과과정이 기계·제조업 중심이고 직업교육기관 수업도 꽃꽂이 등 취미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직업교육 과정을 4차 산업 등에 맞게 전면 손질하고 전문 강사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