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 재판에서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불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판이 10분도 안돼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다 판결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승패만 선고하는 일이 많아 소송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12년 1만 3649건이었던 소액사건 항소건 수는 작년 1만 7787건으로 30%(4138건) 증가했다. 매년 690건씩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소액사건은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의 민사사건이다. 소송가액이 3000만원 초과 2억원 이하는 단독사건, 2억원 초과는 합의부사건으로 분류된다. 소액사건은 ‘속전속결’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상 한 차례 변론을 끝으로 변론절차가 마무리되고 선고가 내려진다. 단독판사 한 명이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기때문에 대부분의 재판이 시작된 지 10분도 안돼 끝난다. 소액사건에선 판결문에 판결 이유도 적지 않아도 된다. 1~2줄로 승소인지 패소인지만 적혀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법원이 이처럼 효율성을 앞세워 소액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규모가 큰 단독사건, 합의부사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소액사건 처리방식이 ‘당사자간 갈등 해결’이라는 재판의 본질적 역할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적은 액수때문에 소송까지 할 때는 누가 옳은지, 왜 옳은지를 가려달라는 것”이라며 “수개월을 들여 소송을 했는데 이유도 모르고 패소하면 더 억울해지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소액사건도 항소를 하면 2심부터는 소송비용이 커진다. 1심을 ‘나홀로소송’으로 진행했더라도 항소심부터는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법에 문외한인 사람이 패소 이유도 모른 채 “1심 판결이 위법하다”는 요지로 법리에 맞게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액사건도 2심부터는 변론기일을 2차례 이상 여는 등 일반적인 민사재판과 동일하게 진행되기때문에 같은 사건이더라도 변호사 착수금이 많게는 100만원까지 더 비싸다.
1500여만원을 돌려받으려고 소송을 냈다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한 A씨는 “2심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서 착수금 450만원을 썼다”며 “받을 돈의 3분의 1을 소송비용으로 쓰고 1년의 시간까지 날린 셈이지만 1심에서 재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고 분했다”고 말했다.
얼마까지를 소액으로 볼 것인지를 재판받는 당사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작년 전국 법원 소액사건 접수건 수는 70만 8000여 건으로 전체 민사재판 접수건 수의 74%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소액사건 기준은 국회에서 제·개정하는 법률이 아니라 대법원 규칙을 따른다. 2016년까지는 소가 2000만원 이하만 소액사건이었지만 대법원이 규칙을 변경하며 2017년 1월부터 소가 3000만원 이하 사건까지로 소액사건 범위가 확대됐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