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DD·방사청 취업제한 대상자 대폭 확대한다

입력 2019-06-13 14:48
수정 2019-06-13 15:32
국방부, 방사청 추진…방산비리 근절대책 일환
방사청은 ‘중령 이상’에서 ‘소령 이상’으로 제한 대상 확대
민·군 인적교류 원천 차단할라 우려 시각도
ADD, 방사청 직원들 “재취업 교육은 안시켜주면서…” 불만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사실상 취업제한 ‘무풍지대’다. 국방 기초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기관이지만 연구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엔 제한(본부장 이상은 취업제한)이 없다. 현역 군인도, 방위사업청도 재취업을 하려면 심사를 받아야하지만 ADD는 늘 예외다. 방위산업 업체들 사이에서 팀장급 ADD 연구원이 ‘영입 1순위’인 이유다. 국방부가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없애기로 했다. ADD의 취업제한 대상자를 확대시키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협의체인 방위사업협의회는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안을 추진중이다. ADD를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포함시킨 것이 핵심이다. 책임연구원 이상의 ADD 임직원은 퇴직 후 재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방사청도 심사 대상을 기존 ‘중령 이상’에서 ‘소령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방위사업협의회는 올해 새로 출범했다. 전력 분야 정책과 다양한 방위사업 현안에 대해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신설됐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지난달 새로 취임하면서 조만간 제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을 확정하기까지 진통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와 군 당국은 방산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추진하되, 일선 공무원과 연구원들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소령 이상으로 취업제한이 확대된 방사청에 대해선 계급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방사청으로 적을 옮긴 군인의 경우 중령 진급이 안되면 다른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만 45세로 전역해야하는데 재취업시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군 당국 관계자는 “방사청에만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며 각군이 반대하는 바람에 정년 연장 방안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에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두 달 뒤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선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퇴직 군인과 방산업체의 유착 방지를 위해 퇴직자 취업제한 대상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방위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부와 방사청 출신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심사 대상 업체를 모든 방산업체 및 방위사업 중개업체로 확대하기도 했다. 재취업 이력 조회·관리 제도를 도입해 ‘방산브로커’의 음성적 활동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나 절차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공직자윤리심사위원회에서 재취업 불허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ADD를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포함시키는 등 강도높은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ADD는 한 해 예산 1조8000억원 중 1조원 이상을 방산업체에 연구개발비로 지출한다. ADD출신 본부장급 연구원들 상당수는 퇴직 후 방산업체에 고문 등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한다. 예비역 군 장성들이 ADD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더라도 이는 역시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ADD와 마찬가지로 국방부 출연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은 2016년 정부가 취업제한 기관을 확대할 때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기품원의 한해 예산은 1600억원 규모다. 한 국방 관련 연구원 관계자는 “과제책임을 맡은 ADD의 팀장급들은 방산업계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며 “과제책임자가 단가를 부풀려 놓고 퇴사한 다음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업체에 취업하는 등 (방산비리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산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민간 기업으로의 취업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군의 인적 교류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가 무엇인 지 등 소요를 파악할 수 있어야 민간 방산업체들도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며 “퇴역 군인이나 연구원을 영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방산비리라는 시각으로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취업할 수 없다’(17조)고 규정하고 있다. 유관 기관에 재취업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정부 재정 보조와 연관되는 업무거나 인허가, 물품 구입 계약 등 이해관계를 가지는 업무는 재취업이 제한된다. 4급 이상 공무원(중령 이상 군인)이 대상이다.

업무연관성이 있는 업체인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서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취업승인심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는 특별한 경우 재취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국가 안보상의 이유나 국가 대외경쟁력 강화 ▲취업제한기관에서 경영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산업분야 발전에 특히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9가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