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존 규제' 두고 고심하는 금융위, 한투 제제 재논의

입력 2019-06-13 14:02


금융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제조치 의결에 고심하고 있다. 상반된 해석이 있는데다, 자칫 금융투자업계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13일 금융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는 한국투자증권 관련 제제조치를 의결하지 못했다. 금감원의 조치 내용과 증권선물위원회 논의 결과 등에 대한 한국투자증권 측의 의견을 들었다. 이에 대한 금감원의 설명을 오는 26일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듣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에 대해 혐의에 대해 '기관경고'를 조치했다. 또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했다. 금융위 산하 증선위는 부당대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해줬다. SPC는 이 자금을 활용해 SK실트론 지분 19.4%를 사들였다. SPC는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수수료를 받는 대신 SK실트론 지분이 간접적으로 최 회장에게 넘어간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과 같은 기업금융에만 쓸 수 있다. 금감원은 실질적인 자금이 최 회장에게 갔기 때문에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법상 주식회사인 SPC에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에 기업대출이라는 입장이다.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혐의도 논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계열사인 베트남 현지법인에 3500만달러를 대여했다. 금감원은 이를 종합투자금융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는 지분 30% 이상인 해외 계열사에 신용공여를 못한다는 자본시장법 77조(2015년 개정)를 어겼다고 봤다. 증선위도 과징금 38억5800만원 부과를 심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34조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지분 50% 이상 보유한 현지법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풀어줬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법인 지분 98.7%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사안들에 대한 금융위의 의결이 자본시장법에 대한 새로운 지침(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규정의 그레이존(회색지대·어디에 속했는지 불분명한 사안)에 있다"며 "제제조치 의결 여부에 따라서 금융투자회사들의 활동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