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는 이미 트럼프·시진핑 회담 기대 버렸다"

입력 2019-06-12 06:59
수정 2019-06-12 07:10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베이스라인(기본 전제)은 이미 다 바뀌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에 합의할 것으로 가정하지 않습니다.”
월가 자산운용사의 A씨의 말입니다.

뉴욕 증시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 주석이 G20 회의에 오지 않으면 관세를 때리겠다”고 언급한 건, 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탓일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시 주석으로선 항복하러 갈 수 밖에 없다면 아예 가지 않을 수 있겠지요.

양국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는 건 지난달 협상 결렬의 원인인 '법제화' 조건을 놓고 어느 측도 물러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선 모든 양보 사항을 법제화하는 건 체면이 깎일 뿐 아니라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법제화 거부를 결정한 장본인이 시 주석인데,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핵심 조건인 법제화없이 합의한다는 건 사실상 옵션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협상 타결을 원하지만, 올 초 합의했던 협상 조건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양국간 충돌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뉴욕 증시는 멀쩡합니다.


오늘도 장 초반 7일째 상승하다가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 지수는 0.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3%, 나스닥은 0.01% 내렸습니다.

왜일까요. A씨는 "양국이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 자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시는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인민은행과 재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함께 성명을 내고 지방정부가 철도와 고속도로, 전기,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특수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을 쓸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이런 파격적 부양책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2.58% 급등했습니다.

미국에선 미 중앙은행(Fed)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르면 7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틀째 Fed를 비난하면서 금리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미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국은 올해 3%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가정한 얘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 부양 정책과 이란과의 전쟁, 2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등 다른 옵션들도 갖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