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징어' 공수작전…지구 반대편까지 간다

입력 2019-06-11 18:06
CJ프레시웨이, 페루 대왕오징어 수입

동해 수온 변화에 中 어선 남획 탓
국내 어획량 급감…기업들 해외로


[ 김보라 기자 ] 오징어는 갈치, 고등어와 함께 ‘3대 국민 수산물’로 불린다. 하지만 5년 넘게 어획량이 계속 줄고 있다. 2014년 연간 약 16만4000t이 잡혔지만 지난해 4만6000t으로 줄었다. 가격도 지난해 마리당 5000원을 넘어섰다. 유통 식품 회사들은 국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씨가 마른 국산 오징어를 대체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와 페루, 모로코,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오징어 공수 작전’을 펴고 있다. 지난해 오징어 수입량은 14만1043t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냉동 오징어는 지난해 외국산 비중(57.6%)이 국산(42.4%)을 추월했다.


동해 오징어 자리 꿰찬 ‘남미 대왕오징어’

기업들은 ‘남미산 대왕오징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11일 페루 수산물 가공업체인 오세아노 시푸드와 대왕오징어 독점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약 50% 늘어난 3500여t을 올해 수입하기로 했다. 아워홈도 페루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냉동 대왕오징어를 들여오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남미산 대왕오징어 580여t을 급식과 식자재 납품에 썼다. 이 회사는 올해 5월부터는 대왕오징어보다 식감이 좋은 남미 지역 훔볼트해의 ‘홍오징어’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대왕오징어는 크기가 최대 18m에 이르는 오징어의 한 종류로 심해에만 산다. 대왕오징어가 주로 잡히는 지역은 페루 칠레 등 남미의 동태평양 해역이다. 아르헨티나 인근 해역에선 한국, 중국, 대만 등의 원양어선 100여 척이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다. 국내에선 버터구이 오징어나 진미채 등으로 가공하거나 오징어덮밥, 짬뽕, 오징어튀김의 재료로 쓴다. 가격이 싸고 살이 풍부해 외식업체와 식품 제조 공장에서 대량으로 사용한다. 지난해 대왕오징어 수입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수입량은 4만4000t으로 전년 대비 약 37%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남미 해역에서 잡은 오징어는 가공과 냉동까지 마친 상태로 한국으로 들어온다”며 “한국 음식문화에 맞춰 가공하기 위해 외국 업체가 한국인 선원들을 스카우트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페루 대왕오징어·모로코 갑오징어까지

동해안 등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중국 어선의 남획과 수온 변화 때문이다. 오징어값 폭등에 새끼 오징어인 ‘총알 오징어’까지 잡아 올려 씨가 마르면서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사상 최저였다. 수온 변화로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며 동해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징어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남미 오징어의 주요 조업장인 포클랜드 수역의 어획량은 전년 대비 약 36% 감소했다. 김철홍 CJ프레시웨이 수산팀 과장은 “기상 이변으로 오징어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거래처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는 수온 등 기후 변화에 민감해 어장도 계속 옮겨다닐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한국 원양어선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오징어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도록 협상을 맺기도 했다. 전년(3500t)보다 43% 늘어난 5000t을 잡을 수 있게 됐다.

국내에 유통되는 오징어의 국적은 대만, 페루, 아르헨티나, 모로코, 러시아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산 냉동 오징어(3980원)보다 가격이 싼 대만산 오징어(3280원)를 소비자들이 선호하면서 수입 오징어 판매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갑오징어 볶음 상품에는 모로코산을 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