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의학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우주지분 획득 가능
우주인의 전정평형계, 심혈관계, 근골격계의 연구 필요
우주여행시대 열리면 일반인들도 겪게 되는 신체반응
우주과학·의학·정책·교육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필요
인터뷰 김규성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장
“세계 주요 경제 선진국 가운데 우주항공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김규성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우주산업에 대해 로켓, 발사체, 탑재체 등을 생각하지만, 우주인이 우주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면역력·혈관·중추신경 변화 등에 대처해야 하는 방법 등 우주생활의학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멀미는 지상의 교통수단 등에서 느끼는 것과 다르고 대처방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무중력상태이기 때문에 위아래 구분이 없고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멀미가 생겨나 증상이 육지와 다르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10명 이상의 우주인을 탄생시킨 일본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의존하지 않고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들의 회복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인이 지구에 돌아오면 바로 현실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약 3~6개월 간 신체의 근골격계나 평형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는 우주항공의학의 한 분야인 우주인 지구 귀환 후 회복 프로그램 등 우주환경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우주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주항공의학센터라는 기관명이 생소하다.
우주항공의학 분야 연구는 국내서는 공군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와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가 지난해 6월 정부의 중점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민간분야 기관 차원에서 연구가 본격 시작됐다.
◆우주항공의학의 연구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
무중력, 대기, 우주방사선 등 지구와 다른 우주환경에서 인체가 받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특수환경 의학분야다. 우주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우주인의 전정평형계, 심혈관계, 근골격계의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 화성탐사와 관련해선 면역대사계, 감각계, 수면, 정신심리학 분야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주여행시대가 열리면 일반인들도 겪게 되는 신체반응이므로 일반의학 측면이 강하다.
우주탐사 초기엔 우주인이 겪는 우주멀미의 문제 해결차원에서 연구가 시작됐으나 지금은 장기우주체류와 관련된 면역 및 대사, 정신 인지, 행동과학, 수면, 영양 등 장기간 건강유지와 관련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우주항공의학 연구는 왜 필요한가.
우주는 남·북극 연구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것만큼 중요하다. 극한환경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과정에서 획득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주인의 면역, 혈관, 중추신경의 변화와 대응을 통한 연구성과는 우주의학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되며, 그것은 곧 산업계와 연결돼 우주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남극의 세종기지에서 연구팀들이 체류하면서 연구하는 자체와 연구 성과는 참여 국가의 국력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우주항공의학도 마찬가지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핵심지분은 그곳에 우주인이 상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언제든지 보낼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우주의학기술의 확보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역량이다.
◆우주항공 분야 선진국들은 지금 어떤 경쟁을 하고 있나.
1950년대 미국-소련간 우주경쟁의 시대는 이후 국제우주정거장을 중심으로 발전과 협력의 시대를 맞았다. 앞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의 퇴역을 앞두고 화성유인탐사와 이에 필요한 달 궤도기지를 목표로 국제협력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이 우리의 역할을 지분으로 정립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본다. 항공우주의학 기술역량을 제고해야 할 이유다.
2014년 기준으로 항공분야 포함 지적재산권은 우리가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4위의 확보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분야는 대부분 발사체, 위성, 탑재체에 집중되고 있다. 의생명과학 분야의 연구투자는 낙후한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 노퍽주립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에 비해 유인우주탐사 연구는 약한 분야다. 국제우주정거장(ISS)시대가 끝나고 화성유인탐사라는 국제협력이 활발한 지금이 우주기술 수준을 올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하대병원과 노퍽주립대의 협동연구는 화성유인탐사를 염두에 둔 우주항공의학분야에 집중된다. 특히 우주방사선 및 중력변화에 따른 신경계 영향, 장기우주체류에 따른 수면변화의 생리적 영향, 인적요인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의학센터에는 가변중력장치, 무중력모사장치, 압력챔버, 방사선 조사장비 등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형동물까지 실험이 가능한 각종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노퍽주립대는 우주과학공학연구소에 진공장비, 방진챔버 등을 갖추고 있어 각종 우주실험이 가능하다. 주변에 NASA의 랭글리(Langley)연구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향후 NASA가 주도하는 유인우주탐사에 중요한 협력파트너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우주항공의학센터의 향후 연구와 활동계획은.
노퍽대학 등 선진외국의 우주항공 기관과 협력연구 체계를 강화해 연구의 시너지를 확보하겠다. 심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발사가 가능하도록 10년 로드맵을 구성해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하겠다.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제2우주인의 임상의학적 평가 및 관리를 자체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 정부에서도 우주과학, 항공우주의학, 우주정책, 항공우주교육 등 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