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가족 같은 매니저 K씨의 비밀 "도박 중독…유진박 땅 2000평 헐값에 팔아"

입력 2019-06-11 09:06
수정 2019-06-11 10:42
'MBC 스페셜' 유진박 매니저 사기 의혹
유진박 "그럴 사람 아냐"
끝까지 믿었지만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에게 아버지이자 형제였던 현 매니저 K씨가 잠적했다. 도박 중독자인 K씨는 유진박이 상속받은 땅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등 사기 행위를 벌였지만 조울증(양극성장애) 환자인 유진박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MBC 스페셜'에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사건 보고서가 방영됐다.

4년 전 유진박의 어머니가 하늘로 떠난 뒤 유진박은 고아나 다름 없었다. 이에 매니저 K씨에게 모든 것을 의지했다. 어딜가든 매니저 K씨만 찾았다.

매니저 K씨는 1996년 유진박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한동안 왕래가 없다가 유진박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유진박을 다시 만났다.

한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유진박이 돈이 하나도 없다"면서 "극단적일지 모르겠지만 앵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매니저 K씨가 유진박이 상속받은 땅을 팔아넘겼다는 것. 그는 "100%, 150% 도박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K씨는 유진박의 이름으로 사채 2억 원을 빌려썼고, 갚지 못하자 유진박이 어머니에게 상속 받은 2000평에 달하는 제주도 땅을 3억 2000만 원에 팔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팔면 5억 정도인데 시세보다 헐값에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유진박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보증금을 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유진박은 K씨의 행태를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땅을 매니저가 팔았다고 하자 그는 "모른다. 그 분이 그랬다면 이모가 얘기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니저가 당신을 속였다"고 말하자 "그런 분 아니다.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믿으라고 했고 나도 믿는다"고 반박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유진박 이모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진박은 현실을 듣게 됐다. 이모는 "우리를 체계적으로 속였다. 그 사람을 믿었지만 그 사람이 우리를 배신했다. 네가 정신 차리고 이 상황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진박은 매니저와의 관계를 끊고 어머니의 지인이 마련해준 거쳐로 옮겼다.

유진박은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는 "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도 조금 속물이었다. '나 유진박이야' 이런 게 좀 있었다. 저는 뮤지션이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려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는 유진박의 현 매니저 K씨(59)를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센터는 K씨가 유진박 명의로 총 2억원의 사채를 쓴 것으로 보고있다. 뿐만 아니라 K씨는 유진박의 출연료 5억 6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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