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주 기자 ] 국내 증권사 직원들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준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실무 직원 A씨가 지난해 중국 에너지 기업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 측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이 돈을 한화투자증권 직원 B씨와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초 이베스트증권과 한화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십이차를 세운 뒤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 1억5000만달러어치(약 1645억원)를 담보로 ABCP를 발행했다. 두 회사는 이 ABCP를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300억원),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등 국내 금융사 9곳에 판매했다.
하지만 어음을 판 지 3일 만에 CERCG의 또 다른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가 부도 처리됐다. CERCG의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된 CERCG캐피탈의 ABCP는 지난해 11월 부도가 났다. 막대한 손실을 본 현대차증권 등은 이베스트증권과 한화증권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증권은 이와 관련해 “실무자 개인의 금전 수수 혐의 사실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추후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BCP 발행 과정에서 리스크 심사 및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화증권 관계자는 “당시 신용평가회사들이 모두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한 만큼 ABCP 발행 자체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