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 대입 전략] 논술성적 반영 비중 80%로 높아져…치열한 경쟁 예고

입력 2019-06-10 09:01
대학별 전년도 기출문제 해설 (3)

한양대 인문계열(1)


한양대 논술은 ‘천하제일논술대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합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과 성적 역시 반영하지 않습니다. 2020학년도 논술전형에서는 논술성적 80%+학생부종합평가 20%를 반영해 376명을 선발합니다. 이는 2019학년도에 비해 논술성적 반영 비중이 커졌다는 점에서 논술 중심 전형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부는 출결, 수상내역, 봉사 등 학교생활 성실도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내신 및 수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능최저학력 충족 여부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 및 학종에 비해 지원 결정이 자유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양대 논술 전형의 경쟁률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작년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80.78 대 1이었으며 특정 과에서는 1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합격선을 높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대학 측에서 발표한 입시 결과에 따르면 합격생 논술 평균점수가 상당히 높습니다. (*상경계열의 경우 인문계열에 비해 합격점수 평균이 낮은 편인데, 이는 수리논술의 난도가 높기 때문임. 따라서 상경계열 지원 학생은 수리논술에 집중한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함) 경쟁률 177 대 1을 기록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합격 평균 점수는 97점으로 합격선이 경쟁률에 비례해 높다는 게 확인됩니다.

한양대 논술은 90분 동안 1200자 분량의 한 편의 글을 작성합니다. 상경계열의 경우 인문논술과 수리논술(소문항 3~4개)로 두 문항이 출제되며, 2020학년도에는 의예과에 인문논술 1문항이 추가됐습니다. 의예과 인문논술은 인문계열 및 상경계열의 인문논술 문제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는 모집단위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지 명확하게 숙지하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분석으로 차별성을 드러내자

2019학년도 인문계 논술고사는 ‘문화의 형성원리와 다양한 속성’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문제 유형 역시 친숙했기에 크게 당황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그동안 한양대 논술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혔던 시각자료 대신 구체적인 사례, 상황을 배치했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추론할 것을 요구, 시각적으로 다른 문제인 양 보일 수 있겠지만 평가요소 및 사고 과정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출제 및 평가의도가 유지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양대 논술은 주어진 자료, 제시문에 비해 요구하는 답안의 분량이 깁니다. 따라서 제시문의 논지를 논제의 요구에 맞게 활용해 자신만의 종합적 의견과 정합적인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이며 분석적인 역량을 과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내용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는 주어진 제시문의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합적인 방식으로 엮어내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 제시문 분석

논술에서 요구되는 독해력은 논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할 때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목적의식을 갖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주어진 제시문을 읽을 때 ‘문화의 형성 원리와 성격’이 어떠한가를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제시문 (가)는 계급을 결정짓는 요소로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을 꼽고 있습니다. 문화적 자본은 상이한 조건 아래에서 개인들이 사회화되는 과정을 통해 획득하는 기본적 생활양식인데, 비슷한 조건에 있는 개인들은 비슷한 생활양식을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계층과 구별되는 독특한 하위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계급계층 문화는 자신들만의 동질성을 만들고 다른 집단들과 구분짓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 제시문의 내용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이론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부르디외는 경제자본, 문화자본이란 개념을 통해 계급을 정의하고 사람들의 취향에는 계급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취향이 물질적 수단 즉 경제자본과 더불어 계급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죠. 이 내용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도 쉽게 이해됐을 것 같습니다.

제시문 (나)에서는 문화가 주어진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됐다고 합니다. 공동체의 가치나 신념 체계가 환경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자연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찾는 과정에서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을 인도의 암소 숭배문화와 이슬람의 돼지 혐오문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상반된 문화로 보이지만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는 점, 동일한 이유로 발달된 공동체 문화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문화적 경험들이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이뤄지며 전체적인 인간 구성 요소들과의 상호 연관성 속에서 파악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관용의 자세가 필요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시문 (다)에 대한 내용은 다음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