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류 고급화·다양화 기틀 놓은 酒稅 개편

입력 2019-06-09 17:29
맥주·탁주부터 종량세로 전환
국산 원료·고급 용기 사용 늘어
주류 경쟁력·소비자 후생 높일 것

강성태 <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 >


내년부터는 국산 맥주도 맛있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질 좋은 국산 맥주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음주문화와 어울리는 맥주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세금 부과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원료와 특색있는 용기 사용이 가능해진 만큼 국산 주류의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세금 체계가 바뀌면 가격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질서에도 변화가 생긴다. 경쟁 주류가 가격은 다르지만 동일한 세금을 내는 구조가 되면 경쟁질서가 무너져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문제도 생긴다. 세제 개편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며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적용돼서는 안 된다. 맥주와 탁주는 제품 간 특성과 가격이 비슷해 다른 주류에 비해 시장질서에 주는 영향력이 낮은 품목이다. 과세 체계 개편으로 가격 인상 없이 소비자 후생을 늘리는 데 적합한 대상이다.

다양성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문화와 주류시장의 경쟁여건을 고려할 때 이들 주류를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지난 50년간 유지된 세금 체계를 안정적으로 바꾸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 발표대로 다른 주종은 음주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측면을 보면서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소비자 수요는 언제나 변화한다. 이번 주세 개편으로 국내 주류시장은 첫째,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일부 지방 주류 제조사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서울 연남동에서만 팔리는 주류를 선보였고, 제주도에서는 수도권과 다른 용기 디자인의 술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색다른 시도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다양한 술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종가세제에서는 제품 포장용기에도 세금이 붙는 데다 세전 출고가가 1원 오르면 세금이 포함된 출고가는 2.2원 상승하는 탓에 소비자가격이 올라가는 게 부담이었다. 종량세제는 포장용기에 세금을 물리지 않고, 세전 출고가의 인상분만큼만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고급 주류 가격은 지금보다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셋째, 주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세제 개편에 따른 수입 맥주의 가격 인상은 국내 주류시장의 치열한 경쟁구조를 생각한다면 기우라 볼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쟁한다면 편의점 및 일반음식점에서의 소비자 기대가격(관습가격)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다양한 국내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보리, 쌀 등 지금보다 높은 품질의 국산 원료 사용이 확대돼 농가 수입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고용효과는 물론 주류 제조사의 직접적인 고용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다섯째, ‘혼술’ ‘홈술’ 등 주류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주류 공급이 증대될 수 있다.

주류의 핵심가치는 일상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가치’에 있다. ‘한강에서의 치맥’이 한류 드라마를 통해 관광 상품화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등과 같이 한국도 고유문화를 자랑할 세계적인 주류를 선보일 수 있는 토대가 이번에 마련된 것으로 본다. 주류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이번 주세 개편을 시작으로 주류행정 개선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