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르노삼성·한국GM과 쌍용차…노조에 뒤바뀐 운명

입력 2019-06-09 08:00


노동조합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사를 가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불안한 노사 관계와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돼 가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조차 제대로 못했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해고자 복직과 9년 연속 노사 무분규 기록 등 노사 간 협력에 힘입어 내수 3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노조 리스크’에 완성차 업체가 위기를 넘어 말라죽기 직전까지 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5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파업을 한 건 4년 만이다.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생산 손실은 약 2806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1일에는 노조가 전체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11개월 만에 마련한 결과물을 걷어찬 것이다. 투표자 2141명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의 ‘어깃장’으로 르노삼성은 12개월간 임단협 타결은 고사하고 잠정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도리어 파업에 참여한 인원에게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파업에 따른 일감절벽은 고용을 위협하는 등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임단협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수출물량 배정을 논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생산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가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 내부에서도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전면 파업 지침에도 야간조 900여 명 중 절반은 정상근무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을 거부한 조합원들과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며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고 일반 조합원들의 지지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임금협상(임협)을 두 달 가까이 시작을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협 교섭 첫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섭 장소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연기됐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기약 없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5.6% 인상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50%(약 1000만원), 정년 연장 등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임단협 성과를 뒤엎는 수준으로 되돌아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쌍용차는 정반대로 ‘노사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다. 올해 임협 역시 교섭 절차를 밟기 전이지만 무난한 협상이 점쳐지고 있다.

원만한 노사 관계는 신차 효과와 맞물려 판매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만7731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4만1821대) 대비 14.1% 증가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개월 연속 1만 대를 돌파했다.

내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르노삼성, 한국GM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 노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기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성차 업체는 ‘위기’를 넘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경영 환경을 감안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적극 나서 중재 역할을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