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킴, 4년여 공백 깨고 가요계 복귀
지난달 17일 신보 '스칼렛' 발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이해해준 팬들 고마워"
"오랜만이라 이런 인터뷰도 어색하네요. 다시 활동하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신인가수로 돌아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에요."
바비킴은 지난달 17일 신보 '스칼렛(Scarlette)'을 발매했다. 약 4년 6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가요계에 복귀한 그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현 상황을 신인가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덤덤했다. 2015년 1월 기내 난동 사건으로 긴 자숙 기간을 거친 바비킴은 과거의 일에 대해서도 차분히 생각을 전했다. 해당 사건은 항공사의 발권 실수로 좌석을 잘못 배정받은 뒤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하지만 나는 공인이다. 또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오랜 자숙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바비킴은 "결론적으로는 내가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는 하기 싫다"면서 "어릴 때부터 줄곧 남한테 피해 주지 말라고 배웠다. 그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을 놀라게 했다. 내용이 어떻든 내가 성숙하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고개를 숙여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 정도는 음악을 아예 멀리했다. 바비킴은 "음악을 듣지도 않고, 음악 작업도 아예 안 했다"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등산을 상당히 많이 했다. 또 집에서 요리 등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데뷔는 25년 차지만 사랑받기 시작한 게 2004년부터다. 그때부터는 계속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나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농담 삼아 사장님한테 1년 정도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3년 동안 은퇴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비킴이 다시 노래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그는 부모님의 결혼 50주년 기념 잔치를 떠올리며 "가족들, 회사 식구들, 친구들을 불러서 작게 파티를 했는데 다들 한 곡씩 부르는 상황이었다.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노래를 했다. 앙코르 요청도 받았다. 모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니 흥이 났다"며 웃었다. 이어 "의미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 느꼈다"고 털어놨다.
다시 작업을 시작한 바비킴은 뛰어난 동료 및 후배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음악인들이 상당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하지 않는 사이에 너무 발전이 돼 있었고, 두려울 정도로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바비킴은 "그래서 음악 작업 시에는 어느 때보다도 집중했다. 대중음악이 많이 업그레이드돼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바비킴이 준비한 새 미니앨범 '스칼렛'은 빈티지 솔 팝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바비킴은 사랑의 단계를 5개로 구분해 타이틀곡 '왜 난'을 비롯해 '다가와', '끝까지', '쓴 사랑', '지나간다'에 나눠 담았다. 빈티지 사운드가 앨범 전반에 걸쳐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비킴은 이번 앨범을 "새로운 시도"라 정의했다. 그는 "부드럽고 따뜻한 면을 중심으로 만들었다"면서 "빈티지 솔 노래들이 주로 악기 소리에서부터 부드러움이 나오기 때문에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 다만 멜로디 형태는 원래 해 오던 대로다. 창법도 바꾸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솔도 많이 묻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스칼렛'이라는 앨범명 또한 빈티지스러움을 살리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바비킴은 "가상의 주인공을 상상하면서 지어진 이름이다. '스칼렛'은 각 노래 내용들의 주인공이다. 빈티지 색깔이 많이 묻어나 있는데 색감보다는 그 주인공의 이름에 중점을 줘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룹 에픽하이 타블로가 피처링에 참여한 2번 트랙 '끝까지'다. 이에 대해 바비킴은 "타블로에게 3월에 부탁을 했다. 그때는 에픽하이가 '술이 달다'를 발표하고 바로 유럽 투어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 될 줄 알았다. 근데 바로 이메일 주소를 줄 테니 보내달라고 하더라"며 피처링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타블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바비킴은 가수로서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솔 느낌으로 가득 찬 독특한 목소리와 관련해 바비킴은 "지금은 아니지만 20년 전에는 시대에 안 맞는 보컬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주변에 음악 하는 선배들이 직접적으로 내게 노래 부를 목소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여러 번 그 얘기를 들어서 슬펐고, 상처도 받았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운 좋게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됐고, 고맙게도 내 목소리가 받아들여졌다.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니까 이 특이한 목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털어놨다.
바비킴은 꾸밈없이 노래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는 "특이한 목소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고, 또 반대로 목소리가 특이한데 흐름에 맞게 자기가 아닌 대중에 맞춰 노래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다"면서 "나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다. 다른 목소리를 흉내 내려고 했지만 안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예 시도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바비킴은 2004년 '고래의 꿈'으로 10년의 무명시절을 털어냈다. 그야말로 가수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그렇다면 2019년 현재, 긴 공백을 깨고 가요계에 복귀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은 '바비킴의 꿈'은 무엇일까. 바비킴은 단번에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팬분들이 내 음악을 좋아해 주셔서 앨범을 통해 즐겨주시지만 그것보다는 빨리 만나서 노래를 직접 불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콘서트 가수 체질이라는 생각을 한다. 계속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콘서트를 한다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곡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끝으로 바비킴은 음악을 매개로 즐겁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팬들과 만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자신을 다시 노래하게 한 원동력이 딱 세가지라 했다.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 팬, 그리고 부모님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비킴은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표했다. 공백기에도 변함 없이 응원을 보내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이번에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팬을 많이 생각했어요. 다시 무대에 오른 지금 기분이요? 날아갈 것 같아요. 팬들이 한 명씩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걸 보면서 '나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팬분들과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제게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이해해준 게 정말 고맙죠."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영상=조상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