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오랫동안 선택 받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소비자 우위 시대에는 기업들의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 능력의 요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컨슈머 PiCK]은 기업과 소비자 간 소통의 창구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저녁 회식 자리가 크게 줄면서 주류업계는 판매량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숙취해소 음료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건강을 추구하는 워라밸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숙취는 두통, 얼굴 화끈거림, 발열, 어지러움 등 술을 마시고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을 말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숙취해소 음료로 효과를 보면서 식품업계는 물론 제약업계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숙취해소 음료 시장규모는 2014년 1304억원에서 2015년 1353억원으로 증가했고, 2016년 1557억원, 2017년 1748억원으로 커졌다. 매년 평균 15% 가량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000억원 규모를 돌파했고 올해 3000억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숙취해소 음료 시장 개척한 CJ헬스케어 '컨디션'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숙취해소 음료는 한국콜마 계열사 씨제이헬스케어에서 출시 중인 '컨디션'이다. 1992년 출시돼 올해로 27살이 된 컨디션은 자양강장제 일색이었던 우리나라 기능성 음료시장에 숙취해소 음료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컨디션은 첫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총 6억5000만병을 판매했다. 소비자들이 27년간 구입한 컨디션을 일렬로 눕히면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도는 양이다.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컨디션이 꾸준하게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최초로 숙취해소 연구센터를 설립하며 효능과 기술 개발에 정진했기 때문이다. 컨디션의 주요 성분은 미배아발효추출물이다. 다른 숙취해소제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이 물질은 콩에서 추출한 성분과 쌀 배아를 발효시킨 것으로 숙취를 일으키는 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CJ헬스케어는 2009년 한의학에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헛개나무에 주목했다. 2012년 국산 헛개나무 열매 성분을 30% 보강한 '헛개 컨디션'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헛개열풍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프리미엄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CEO'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다. 컨디션CEO에는 월계수 잎, 자리, 선인장 열매(백년초)의 복합추출물을 새롭게 첨가했고 기존 헛개 컨디션 대비 50ml 증가한 150ml 대용량으로 출시해 소비자층을 넓혔다.
지난 3월에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비음료 숙취해소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겨냥해 '컨디션 환 리뉴얼' 제품을 내놨다. 100% 국산 헛개나무 열매 농축액을 포함한 18가지 성분을 함유했고 달콤한 엘더베리 향을 첨가했다. 게다가 쉽게 찢을 수 있는 '이지컷' 기술을 적용해 만취한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시대 분위기에 맞춰 타깃 소비자를 달리한 제품도 내놨다. 기존 3040세대 남성 직장인 소비자를 공략해온 컨디션은 젊은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20~30대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기존에 진행된 프로모션은 대부분 송년회, 신년회가 몰리는 연말연시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여름, 가을까지 프로모션 시기를 넓혔다.
이제 컨디션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4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해 세계 시장에도 숙취해소 문화를 전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씨제이헬스케어는 다양한 숙취해소제품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100년 브랜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 강황 숙취해소 음료 열풍 이끈 동아제약 '모닝케어'
2005년 11월 28일 첫 출시된 동아제약 숙취해소 음료 '모닝케어'는 출시하자마자 남다른 맛과 향으로 단숨에 컨디션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모닝케어는 출시 이후 10년 동안 1000억원이 넘게 팔리며 컨디션의 1인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 꼽은 모닝케어의 성장 비결은 끊임없는 소비자 분석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파악해 연구개발을 하면서 적재 적소에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내놨다.
2011년에는 모닝케어의 주성분인 미배아대두발효추출액을 2배 강화해 '굿바이알코올 모닝케어'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인터넷 판매 전용 제품인 '모닝케어 엑스'를 선보였다. 2013년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여성들의 주류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모닝케어 플러스'와 여성들을 위한 '모닝케어 레이디'를 출시하며 채널을 다변화했다.
2015년에는 모닝케어 발매 10주년을 기념해 업계 최초로 '모닝케어 강황'을 발매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들어 있던 강황 성분을 10배 이상 증량하고 마름 추출물까지 새롭게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카레의 주 원료인 강황은 항암·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간 기능을 보호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도 모닝케어의 강점으로 꼽힌다. 제품 출시 초기 체험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술자리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황을 TV 광고로 코믹하게 재연해 숙취해소 음료 주 타깃층인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경품 행사, 무료 샘플링 행사, 모닝케어 대학생 마케터즈, 음주가무형 걸그룹 티안나걸스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친숙도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숙취해소 음료 후발주자였던 모닝케어가 '빅2'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이사의 마케팅력을 꼽는다. 지난해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 대표는 20년간 광고일을 하면서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중요한 거래처와의 저녁 회식을 앞둔 당신, 어떤 숙취해소 음료로 대비하시겠습니까? <한경닷컴> 홈페이지에서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