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격화에 더 멀어진 국회 정상화
이견 못 좁힌 청와대 회동
곽상도 "문재인 직권남용 혐의 고발"
[ 하헌형/박재원 기자 ]
정국 경색이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해외 순방 전 여야 5당 대표와 회동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데다 6월 임시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협상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 대립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 순방 전 여야 대표 회동 불발
청와대와 한국당은 청와대가 당초 회동 날짜로 제시한 7일 오후까지도 회동 형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국당의 제안대로 5당 대표 회동 후 황 대표와 1 대 1 회담을 하는 것으로 하고 (회동이 이뤄지도록) 노력했다”며 “(한국당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이 부분을 수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1 대 1 회담을 하자”며 청와대 제안을 거부해 왔다. 그는 이날도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희망·공감-국민 속으로’라고 이름 붙인 민생 행보의 일환으로 경기 성남에서 청년 창업가들과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9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북유럽 국가를 국빈 방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황 대표가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있다면 순방 전날인 8일 회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3+1 회동’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회동이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3당 회동인지 5당 회동인지 여부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시간과 의제 제약이 없는 1 대 1 회동까지 제안했는데 그걸 거부한다면 추가 협상은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요건으로 내건 문 대통령과 황 대표 간 1 대 1 회담이 불발되면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곽상도 의원이 이날 “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대립은 한층 격해질 조짐이다. 곽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어느 한쪽 말만 듣고 나에 대한 검찰 수사 지시를 내렸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국회 개원 협상도 난항
이달 임시국회를 열기 위한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협상도 헛돌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 현충일 추념식 후 따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4법’ 합의 처리를 요구하는 한국당과 ‘합의 처리 원칙’을 제안한 민주당 사이에서 바른미래당이 ‘합의 처리를 우선으로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한국당의 과도한 국회 정상화 가이드라인(조건)이 철회돼야 협상의 실질적인 진척과 타결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말 민생이 급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하는 게 급하다”고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경제가 이렇게 망가졌는데 무엇이 잘못됐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게 추경안 심사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 청문회를 요구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에도 국회 개원을 위한 협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원내대표는 “6월 국회를 단독 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로 소집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말까지 최대한 협상을 통해 일정 합의를 이루겠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도 “한국당을 배제한 채 임시국회를 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다음주 초엔 (여야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