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등 '손실 방어막' 치지만…최악땐 원금 못 건질 수도

입력 2019-06-07 17:30
개인 벤처투자 유의할 점

투자자 늘며 '시장 과열' 경고음
조건이 벤처에 유리해지는 추세
"중장기 성장성 꼼꼼히 따져야"


[ 양병훈 기자 ] 능숙한 전문엔젤투자자 등은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투자 조건을 설정한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 직원은 “‘지지 않는 게임’을 모토로 실현 가능성 높은 투자금 회수 계획을 짠다”며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조건을 걸어 어떻게든 회수할 수 있도록 방어막을 친다”고 말했다.

‘방어막’은 창업자 지분을 담보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을 거는 것, 일정 시점에서 예상 주가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에게 인도하는 주식의 양을 늘리는 조건을 넣는 것 등이다.

이런 까닭에 PB 등을 통한 벤처 투자는 자금 회수 성공률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는 원금을 하나도 회수하지 못하는 비율이 20~30%에 달하지만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방어한다”며 “회사가 청산돼도 은행 금리 이상으로 회수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큰손끼리 결성한 투자조합도 규모가 크면 벤처기업과 협상해 유리한 조건을 걸기도 한다.

그렇다고 원금 손실을 100%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경우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 판매를 했다”며 PB 및 전문엔젤투자자에게 소송을 거는 사례도 있다.

최근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벤처기업 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종용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넘쳐나면서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의 협상력이 커졌다”며 “투자 조건이 벤처 쪽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것도 투자자에게 불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수 시점이 일러야 3년 이후인 만큼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