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노동자' 아닌 '창조자'를 키워라

입력 2019-06-06 18:14
AI시대의 고등교육

조지프 E 아운 지음 /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 248쪽 / 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2015년 발표된 매킨지 보고서는 “오직 현재 기술만 가지고도 인간이 담당하고 있는 직종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 분야에선 로봇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술의 발달로 10년 안에 금융 관련 직종의 절반이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프 E 아운 미국 노스이스턴대 총장은 저서 《AI시대의 고등교육》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제시한다. 학생과 직장인들이 어떤 능력을 키워야 AI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술 발달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사례는 인류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트랙터가 밭에서 쟁기 끄는 사람들을 쫓아냈고, 방적기가 베 짜는 사람들을 대체했다. 경제적·직업적 변화라는 난관을 뛰어넘어야 했던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재훈련을 통해 새로운 공장에서 직업을 구했다. 정보 사회의 도래로 제조업이 무너졌을 때도 수많은 사람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고숙련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새로운 산업이 발달할 때마다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21세기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금과 생산성이 높은 직종은 점차 줄어드는 데 반해 세계적으로 노동력의 공급은 줄곧 늘어나고 있다. 과거 제조업을 선도했던 제너럴모터스는 1979년 60만 명을 고용했다. 이에 비해 신(新)경제를 선도하는 구글의 직원은 2015년 6만 명에 불과했다.

AI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없이 오롯이 인간의 일자리만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주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이끌어가는 세상에서 하이테크 분야 지식을 갖춘 사람은 일자리를 찾는 데 유리하다. 그렇다면 그런 기술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열등한 미래를 맞이할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미국에서 실시한 고용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은 ‘리더십’이라는 인간적 특성이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지원자의 이력서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는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팀에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꼽았다.

저자는 미래 필수 학문으로 ‘인간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학의 목적은 인간 고유 특성인 창의성과 정신적 유연성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인간학은 똑똑한 기계와 나란히 일하는 직장인들의 능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읽기, 쓰기, 셈하기 같은 문해력이 사회에 내보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준비시켜야 할 내용이었다. 인간학은 정보를 분석하는 ‘데이터 문해력’, 코딩과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리를 배우는 ‘기술적 문해력’, 의사소통과 같은 ‘인간 문해력’을 가르친다.

저자는 이런 도구를 습득하는 방안도 소개한다. 학생들이 고차원적 인지능력을 키우려면 강의실이 아니라 산학협력이나 인턴십 같이 실제 작업환경의 강도와 혼돈 속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동선수나 음악가들이 경험치를 쌓아 능력을 키우듯이 인간학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경험 학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로봇프루프(robot-proof)’다.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저자는 “미래의 고등교육은 노동자가 아니라 창조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